독서율 최하위의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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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단국대 석좌교수
인류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인격자나 사상가를 성인(聖人)이라 호칭한다. 일반적으로 오늘의 세계에선 4대 성인으로 석가·공자·예수·마호메트를 거론한다.

다만 공자는 종교의 창시자가 아니라 유학(儒學)이라는 학문의 창시자가 되어 인류를 교육하는 교육자로서의 존경을 받고 있다. 보통의 인간들은 이런 4대 성인의 가르침이 담겨있는 성서(聖書)나 성경(聖經)을 필독서로 여기면서 그분들을 본받으며 살아가려 노력한다.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는 책을 고르자면 첫째 예수의 말씀인 ‘성서’요, 둘째가 공자의 가르침이 담겨있는 ‘논어’며, 그 뒤를 이어 석가의 경(經)인 ‘불경(佛經)’이요, 마호메트의 ‘코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석가·공자·마호메트·예수의 마음을 제대로 알고, 그들이 일상 생활에서 어떻게 마음을 쓰면서 올바른 행동을 했었나를 알아가는 일의 하나가 바로 ‘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한다면 어떻게 인간 노릇을 할 수 있겠는가.

어떤 통계를 보면 OECD 가입 국가 중 한국인들의 독서율이 가장 낮다는 기록이 있다. 그것은 사실이라고 믿을 수 있다.

영국 사람으로 ‘셰익스피어’의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자기 나라 최고 문학가의 책을 읽지 않는 국민이 문화 민족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니, 5대 비극이니 하는 그런 책은 문자를 아는 영국인들은 대부분 읽었음이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지폐를 보면 천원 권엔 퇴계 이황, 오천원 권엔 율곡 이이, 만원 권엔 세종대왕, 오만원 권엔 사임당 신씨의 초상화가 인화되어 있건만, 우리 국민들이 과연 이 4분에 관한 책이나 그분들의 저서를 몇 권이나 읽었겠는가. 퇴계나 율곡의 저서를 읽기는 커녕, 그분들의 책을 구경이라도 한 사람이 몇 사람이나 있겠는가. 세종대왕이나 사임당의 업적이나 행실이 담긴 책이 얼마나 있으며, 그런 책이라도 읽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렇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독서율 최하위라는 주장이 결코 근거 없는 말이 아니라고 여겨진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간단 명료하게 설명해 준 율곡 이이의 글이 있다. “성현들이 마음을 기울인 자취와 착함과 악함의 본받아야 할 일, 경계해야 할 일이 모두 책 속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聖賢用心之迹 及善惡之可效可戒者 皆在於書故也 : 격봉요결)”라고 말하여 선악을 구별하고 본받거나 경계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를 책에서 설명해 주고 있기 때문에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한다.

금년 2012년은 다산 정약용의 탄신 250주년이다. 탄생 300주년인 루소, 150주년인 드뷔시, 서거 50주년인 헤세와 함께 유네스코는 다산을 포함한 4명을 기념 인물로 선정했다. 그렇다면 다산은 유네스코가 기념해 주는 2관왕이 됐다. 오래 전에 정약용이 설계해 축조한 수원의 화성이 유네스코의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자신은 기념 인물로, 화성은 기념할 문화유산으로 등재됐으니 2관왕이 아닌가. 올림픽 금메달에 환호하는 우리 국민들, 1관왕에도 극찬을 보내는 데 유네스코의 2관왕인 다산에겐 환호성을 보내지 않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세계에선 위대한 인물로 인정하여 추앙해주는 데 제 나라 국민은 제대로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책을 읽는 독서율이 최하위이기 때문이다.

500권이 넘는 그 분의 책, 이젠 많이 번역도 되었는 데도, 읽어주는 사람이 없는 데 어쩌란 말인가. 책을 읽지 않는 국민, 과연 미래가 있겠는가. 세계적인 인물의 2관왕, 다산의 책이라도 읽는 세상이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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