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노무현 시대 - 영 파워, 사이버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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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모, 인터넷, 대학내 부재자투표…. ‘2002년판 정치교과서’가 있다면 새롭게, 그리고 가장 빈번하게 등장할 단어들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을 시작으로 지난 12.19 대통령 선거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정치행사가 줄을 이었던 2002년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키워드인 것이다.

또 지역, 조직, 자금 등을 주요 정치수단으로 활용해 온 ‘3김 시대’ 정치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이 자리잡았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정치 무관심족’으로만 알려졌던 ‘2030(20, 30대 젊은층) 세대’가 정치행위에 대한 심판의 주도세력으로 등장했음을 말해주는 이 같은 지표들은 2002년 정치가 낳은 새로운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젊은층의 정치참여는 이미 예고됐었다. 이들은 지난 6월 월드컵 때 ‘대~한민국’을 외치며 붉은악마 차림으로 전국 곳곳의 광장과 거리를 가득 메웠다.

이들은 대선 직전엔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한 항의표시로 광화문 일대를 촛불로 대낮 같이 밝혔다.

이에 앞서 2년여 전 이미 4.13 총선 때 ‘바꿔 바꿔’ 개사곡과 386세대 정치인들의 대거 등장, 그 이후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1년 이상에 걸친 쇄신파동은 기성 정치와 정치인의 변화를 갈망하는 젊은층의 행동화 가능성을 예고했다.

이들은 월드컵 성공에 자신들의 폭발적인 에너지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고, 촛불 시위를 거치며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자신들의 힘을 재확인, 이번 대선에서 이를 분출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역대 선거에서 젊은층의 ‘저조한 투표율’은 “투표 한들 세상 변할 게 있느냐”는 자조와 자신감의 부족 때문이었다면 월드컵이 그들의 파워를 확인한 계기였으며 그 이후 계속 동원된(mobilized) 상태에 있다 대선을 맞은 것이다.

이들이 어느 정도 투표에 참여했는지는 아직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 않았으나, 각 투표소에서 특히 투표 참여를 호소하는 인터넷 사발통문이 돈 후 젊은층 유권자들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띄었다는 게 투표소 현장의 일치된 목격담이다.

여론조사 분석가들은 당초 젊은층의 저조한 투표 경향을 들어 75% 이하의 낮은 투표율을 기록할 경우 이들 연령대에서 상대적 열세인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게 유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70%를 간신히 넘은 대선 사상 최저 투표율에도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승리한 것은 전반적인 투표 참여 저하에 비해 젊은층의 투표 참여도가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일 것이라는 데 일치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체 유권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대는 23.2%, 30대는 25.1%로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2030 세대’ 유권자의 60% 안팎이 노 후보에 투표한 것으로 나타난 각 언론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정치분야 영파워는 특히 사이버 공간의 특성 때문에 더욱 증폭됐다.

과거 유권자들은 신문.방송을 통해 정해진 시간에 같은 내용의 ‘정제된’ 정보를 일방적으로 제공받았으나 초고속 통신망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어선 2002년 이들은 사이버 공간을 통해 다양한 원자료 정보를, 서로 신속히 받고 전파할 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스스로 분석.판단하는 능력도 키운 것이다.

이 같은 사이버 정치 만개의 이면에는 온라인상 흑색선전 등이 난무, 1만여 건에 달하는 게시물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삭제조치를 당하기도 해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로 지적됐으나 ‘넷 크라시’, ‘사이버 크라시’가 점차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양상이다.

2002년은 TV 프로그램, 소비문화, 가요시장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이미 맹위를 떨치고 있는 영파워가 사이버 공간을 타고 정치분야로 세력을 확장한 원년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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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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