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제주는 벌초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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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사회에서 가장 바쁜 주말이 시작된다.


바야흐로 벌초시기가 최절정에 달하기 때문이다.


마침 음력 팔월 초하루가 일요일과 겹치면서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지만 다른 때 같으면 학교들도 특별 방학을 실시할 정도로 제주사회에서 벌초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상을 초월한다.


‘식께(제사) 안 한 것은 남이 몰라도 벌초 안 한 것은 남이 안다’는 속담과 함께 요즘도 이발만 하면 ‘벌초 했구나’ 하는 인사말이 모든 것을 대변해 준다.


물론 시대가 바뀌고 생활터전이 변하면서 벌초 대행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장묘문화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지만 아직도 벌초는 대세다.


제주에서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은 ‘벌초’라는 관문을 거쳐야 비로소 만날 수 있다.


아직도 서울, 강원, 부산 뿐 아니라 일본 등 멀리 외국에 있는 친족들까지 조상의 묘를 찾아 고향으로 향한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고 할까.


젊어서 바쁠 때는 제물 준비에 보태라고 비용을 분담했던 이들이 세태의 흐름을 거슬러 벌초행렬에 참여하고자 하는 모습에서 인간사의 또다른 모습을 본다.


벌초와 성묘는 과거 주술적 기복(祈福)과 효(孝) 사상이 만든 문화라고 한다.


그런 때문인지 후손이 복을 받기 위해 조상을 섬기는데 열심인 경우도 종종 눈에 띈다.


그러나 이것은 단편적인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이 세상을 물려준 조상들에게 감사하고, 살아온 날들에 대한 참회와 반성, 새로운 다짐이 더 큰 요소가 됐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정말로 힘들고 절실할 때 우리는 부모나 사랑하는 사람의 무덤 앞에서 말 못하는 답답함을 털어 놓는다.


모처럼 힘든 일에 비지땀을 흘리면서 몸은 피곤하지만 돌아오는 길은 또다시 1년이 해결됐구나 하는 마음에 평온하다.


이 때문에 다가오는 제16호 태풍 ‘산바’도 벌초행렬을 막을 수 없다.


다만 벌초때 주의해야 할 게 있다.


예초기나 낫으로 인한 안전사고, 벌이나 뱀 등에 의한 사고, 독버섯 사고, 쯔쯔가무시 등의 질병 등은 해마다 강조하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벌초 후 음복으로 인한 교통사고 위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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