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과 은행잎에 담긴 맑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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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 화학과 교수

추석을 품은 가을은 풍성한 결실의 계절답게 다양한 색을 연출한다. 이번 추석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다양한 색과 향을 맛볼 수 있으면 좋겠다. 색과 향은 다름 아닌 에너지의 다른 모습이다.


식물들이 비, 바람, 흙, 태양 등의 비시각적 에너지를 시각적 요소로 변형시킨 결과로 인간은 무지개 색을 음미하면서 기능성 식품과 건강에 유익한 생리활성 물질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시인은 ‘한가위’의 멋과 여유로움을 “사람들이 모두/ 가족이 되어/ 사랑의 인사를 나누는 추석날/ 이승과 저승의 가족들이/ 함께 그리운 날/ ……/ 달님에게 배우며/ 달빛에 마음을 적시는 우리/ 고향을 떠날 때쯤은/ 조금 더 착해진 마음으로/ ……/ 둥근 달이 되어주는 추석날/”이라고 읊었다.


법정 스님은 “우리는 자신이 지니고 있는 아름답고 맑은 요소를 얼마만큼 꽃피우고 있는가? 그것들을 얼마만큼 열어 보이고 있는가?”를 확인·반추하는 시간의 중요성을 언급한 적이 있다.


인간은 양, 사슴, 늑대, 사자같은 다양한 요소를 품고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따뜻한 봄 바람, 서늘한 가을 바람이 맴돌게 하지만, 태풍과 매서운 칼바람을 자주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매화처럼, 난처럼, 코스모스처럼, 구절초처럼 가슴을 활짝 열고 밝은 요소를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의미있는 삶일 것이다.


“……/ 나뭇잎 한 장이/ 나의 가을을/ 사랑으로 물들입니다/ 나뭇잎에 들어 있는/ 바람과 햇빛과/ 별빛과 달빛의 이야기를/ 풀어서 읽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한 장의 나뭇잎은/ 또 다른 당신과/ 나의 모습이지요?/” ‘이해인 수녀의 나뭇잎 러브레터’에는 나뭇잎이 함축하고 있는 아름답고 맑은 요소를 잘 표현하고 있다.


노란색으로 치장한 은행잎은 시각적·심미적 황홀경으로 유인한다. 은행나무(Ginkgo Biloba; 징코빌로바)도 바다처럼 화장술이 뛰어난 예술가 같다. 형언하기 어려운 아름다운 의상으로 치장하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고공에서 땅으로 향하는 은행잎은 고대부터 뇌에 좋고, 기관지 천식과 기침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은행잎에는 플라보놀(flavonol), 루틴(rutin), 켐페롤(kaempferol), 케르세틴(quercetin) 등의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서 다양한 약재와 건강 보조제 등으로 애용되고 있다.


은행잎에 대한 연구는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을 중심으로 많이 수행되었으며, 혈류장애·심장질환·치매·류머티즘·당뇨병 등 성인병 치료에 효능이 있는 성분들이 발견되었다.


외종피에는 은행산(ginkgolic acid), 빌로볼(bilobol) 등 유독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이것은 스컹크(skunk)처럼 자기방어의 일환이다. 이 독성 물질은 곤충, 새 등의 천적들로부터 개체 수 증식의 원천이 되는 종자를 보호하기 위한 자구책의 하나이다.


한 장의 은행잎도 바람과 햇빛과 별빛과 달빛의 정보를 품고 있으며, 노란색 맑은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 노란 은행잎은 젊은이들의 책장 속에서는 수 십년 동안도 가슴아린 추억의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보름달 빛에 마음을 적시면서, 마음의 노란 은행잎 한 장에 꿈과 희망과 열정과 사랑을 차곡차곡 담으면서 아름답고 맑은 요소를 마음껏 꽃피우고 표현할 수 있으면 이것이 바로 추석을 품은 가을의 행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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