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대통령 만들기 싸움 그만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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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지난해 추석을 시발점으로 18대 대선 마라톤 레이스가 본격화된 이후 수많은 선수들이 레이스에서 떨어져 나갔고, 이제 선두권에는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명의 선수만이 남아 마지막 결승점을 향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대선 마라톤 레이스를 중계하고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를 두고서 선수들은 물론이고 관중들의 불만이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일부 언론은 아예 노골적으로 특정 선수를 칭찬하고 지지하는 반면에 또 다른 선수들에 대해서는 흠집 내기하는 불공정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60여년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선거사에서 지금까지 선거의 불공정 시비로부터 자유로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1970년대 까지는 관권과 금권 개입이 불공정 시비의 핵심이었다면 1980년대 이후로는 언론의 불공정성이 시비의 핵심으로 자리하고 있다. 엄정중립을 견지하고, 공정보도를 통해 심판 역할을 해야 할 언론이 직접 선수로 뛰는 데에서 문제가 시작된다.

선거철만 되면 우리 언론은 말로는 공정보도, 객관보도를 외치면서 특정 후보와 정당을 노골적으로 편들곤 하는데, 특히 신문이 심한 편이다. 조중동의 보수신문과 경향과 한겨레의 진보신문들은 똑같은 정치인과 정치 현안을 두고서 보도하는 시각이 전혀 다를 뿐만 아니라 아예 특정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거나 반대하고 있다.

한국 언론사적으로 길이 남을 최악의 편파보도 사례를 하나만 들어보자. 지난 2002년 12월 19일 제 16대 대통령선거 투표가 있는 날 아침에 배달된 우리나라 최대 신문의 사설 내용이다. 투표일 전날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가 전격적으로 노무현 후보와의 단일화를 철회하는 돌발사건이 발생하였는데, 이를 두고서 이 신문은 “우리 유권자들의 선택은 자명하다. 지금까지의 판단기준 전체를 처음부터 다시 뒤집는 것이다...지금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고, 유세를 함께 다니면서 노무현 후보의 손을 들어줬던 정몽준씨 마저 ‘노 후보는 곤란하다’고 판단한 상황이다. 이제 최종선택은 유권자들의 몫이다.”라고 하였다. 아예 내놓고 국민들에게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이회창 후보를 찍으라는 주문에 다름 아니다.

18대 대선을 이제 겨우 90일 정도 남겨놓은 지금도 일부 신문들의 특정 후보 편들기와 상대후보 흠집 내기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현행 선거법 제 96조는 엄연히 언론의 특정 후보 지지를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 때만 되면 일부 언론은 비겁하게 숨어서 특정 후보나 정당을 지지하곤 하는데, 그러지 말고 아예 언론이 특정 후보를 자유롭게 지지하는 신문의 후보 공개지지(media endorsement)를 합법적으로 허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사실 언론의 지지후보 공개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오래된 관행이다. 다만 사회적 영향력이 크고 공적기능이 강조되는 방송만큼은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못하도록 하고, 오직 신문에게만 이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신문들은 적어도 두 가지 원칙을 지키고 있다. 먼저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는 오직 사설과 칼럼을 통해서만 이루어지고, 일반 기사에서는 철저히 중립을 지킨다는 점이다. 그리고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이유를 밝히고, 이러한 선언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단지 유권자들의 후보 판단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언론의 후보 공개지지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본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우리 신문들은 미국의 신문과는 달리 편집권 독립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사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지금처럼 사설과 칼럼은 물론이고 일반기사에서조차도 편파보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보수 목소리를 옹호하는 조중동이 신문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지후보 공개의 허용은 공정한 게임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지금처럼 신문이 두 패로 나뉘어 죽기 살기로 싸우는 것은 공익을 우선으로 하는 언론이라기보다는 정당기관지에 가깝다. 역시 언론은 불편부당해야 한다. 선거에서 언론이 해야 할 일은 네편 내편 가리지 않고 사실을 공정하게 보도하고 후보의 자질과 정책, 선거자금의 출처와 사용처, 그리고 과거 경력이나 업적들에 대한 검증을 철저히 하는 것이다. 진실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고, 진실 밝히기는 바로 언론 활동의 핵심이라는 점을 결코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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