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와 대선 후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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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타고 다니던 차량이 수명이 다돼 폐차 처리됐다. 때문에 요즘은 시내버스로 출·퇴근을 하곤 한다.

오랫동안 자동차를 이용해왔던 터라 처음에는 시내버스 타는 것에 익숙지 않았다. 그래서 1000원짜리 지폐가 없어서 5000원 짜리 지폐를 차비로 냈다가 운전사로부터 거스름돈을 주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5000원짜리를 받을 수 없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래서 갖고 있던 동전 700원만 주고 버스를 탔다. 300원은 외상인 셈이다.

시내버스를 타고 다니다 보니 1970~80년대와 똑같은 2012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낙서문화다.

시내버스 일부 뒷좌석 하얀 시트커버는 각종 낙서로 도배된 것을 볼 수 있다.

낙서된 좌석은 맨 뒤 좌석으로부터 3~4개 좌석이다. 1970년대나 1980년대에도 뒷좌석에 낙서가 많았던 것을 기억한다.

학생 중 일부 말썽꾸러기들은 시내버스 좌석에 낙서를 하곤 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발견한 낙서들은 다른 사람을 심하게 괴롭힐 수 있는 내용이어서 깜짝 놀랐다. 여학생의 이름 밑에 휴대폰 번호까지 적혀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여학생이 스스로 이름을 쓰고는 휴대폰 번호까지 남기는 일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이 그 휴대폰 번호로 전화를 하는 일이 생긴다면 해당 여학생은 심적으로 큰 부담을 느낄 것이다.

또한 낙서된 시트커버를 자꾸 세탁하거나 교체하기 위해서는 돈이 든다.

특히 제주시내에는 공영버스도 운행되고 있다. 비수익노선에 다니는 공영버스는 적자 보기 일쑤다. 그 적자는 시민의 세금으로 메워진다. 결국 낙서된 시트커버를 교체하기 위한 비용에는 낙서를 한 학생의 부모가 낸 세금도 포함될 것이다.

바야흐로 대선의 계절이다.

지난 19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대선의 계절은 더욱 짙어가고 있다.

그런데 대선 후보를 향한 낙서들이 세상에 나오고 있어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실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를 향해서는 아들이 있다고 하는 낙서가 박 후보와 박 후보 지지자들의 마음을 할퀴고 있다. 박 후보의 5촌 조카인 가수 출신 방송인 은지원씨를 박 후보의 아들이라며 인터넷에 낙서를 하는 이가 있는 것이다.

이 뿐이 아니다. 새누리당 정준길 전 홍보위원은 안철수 원장의 여자와 금품 문제를 말하며 대선에 출마 시 죽는다며 안 원장의 측근에게 전화를 했다가 비난을 산 바 있다. 정 전 홍보위원은 특히 자기 소유의 승용차 안에서 전화를 했다고 했다가 택시 운전사가 블랙박스를 공개하겠다고 하자 택시 안에서 전화한 것을 시인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된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도 앞으로 여러 행태의 낙서가 판을 칠 것이다.

1987년 대선에는 여당인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가 당선을 위해 불상이 새겨진 10원짜리 동전을 만들도록 했다는 낙서가 난무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불상이 아닌 사자상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1992년 대선에도 어이없는 낙서는 여전했다. 당시 77세였던 정주영 후보가 기저귀를 차고 연설에 나선다는 헛소문이다.

대선 후보를 향한 정당한 비판은 민주 시민의 권리다. 그러나 말도 안 되는 흑색선전이나 비방은 반민주적 행위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시내버스 시트커버에 있는 낙서는 빨면서 지우거나 시트커버를 교체하면 그만이다. 물론 돈은 들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에 새겨진 낙서는 오랜 시간이 가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앞으로는 대선 후보를 향해 터무니없는 낙서로 대선 후보나 지지자들이 가슴 아파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광복절 축사를 통해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말해 가난한 서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다른 사람의 가슴을 할퀴는 낙서가 없어야 진짜 선진국이 되는 법이다.

<박상섭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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