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순례길, 지친 마음을 보듬다
제주 순례길, 지친 마음을 보듬다
  • 홍성배 기자
  • 승인 201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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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와 천주교 이어 불교도 내달 6일 길 열어

갈수록 현실이 팍팍해서 그럴까.  아니면 ‘속도전’에 소외되고, 지쳐가고 있기 때문일까.


요즘 화두는 단연 힐링(healing·치유)이다.


출판과 방송은 물론 여행, 심지어 호텔업계의 서비스까지 ‘힐링’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모두가 ‘치유’와 ‘희망’을 소리 높이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쉬고 싶고, 위로받고 싶다는 반증이다.


이 같은 욕구와 맞물려 ‘길’은 일찍부터 주목받았다.


‘놀멍, 쉬멍, 걸으멍‘으로 대표되는 제주올레길이 전국에 걷기 열풍을 몰고 온 것이 한 예다.


올레길 여행이 제주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자연 속에서 몸도 마음도 그냥 편안히 쉴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지면서 전국에서 수많은 이들이 배낭 하나 달랑 둘러메고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빠름을 강조하는 ‘속도의 시대’에 되레 느리게 내딛는 발걸음이 자기 자신과 끊임없는 대화를 이끌어내고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로 다가온 것이다.


건강을 위한 것이든, 위로를 위한 것이든, 사색을 위한 것이든 간에 올레길 신드롬은 전국적으로 길 만들기 열풍으로 번졌고 제주에서도 각종 숲길과 마을길 등 자연과 교감하고 주민과 호흡하는 길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제주올레가 중세유럽 3대 순례길로 꼽히는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산티아고 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예수의 12 제자 가운데 한 명인 야고보가 걸었던 길이다.


‘도보여행의 전도사’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땀을 흘렸고, ‘연금술사’를 쓴 파울로 코엘료의 삶을 바꾼 길로도 유명하다.


천 년 전 순례자들이 걸었던 길 위를 이젠 하루에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걷는다.


이들에게는 성별과 나이는 물론 국가도, 종교도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인생의 순례자이기에….


마침 제주에서도 기독교와 천주교, 불교의 성지순례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지난 6월 18일 제주시 애월읍 금성교회에서 한림읍 협재교회까지 14.2㎞구간에 이르는 제1코스(순종의 길)를 개장한 기독교 순례길에서는 제주 기독교의 역사를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천주교는 110여 년의 역사를 길에 담아 지난 9월 15일 고산성당에서 신창성당에 이르는 12.6㎞구간의 ‘김대건길’을 연 것을 시작으로 오는 2014년까지 빛의 길, 고통의 길, 환희의 길, 은총의 길 등 다섯 개의 주제를 달고 길을 낸다.


불교도 오는 10월 6일 해마다 점등식이 열리는 제주시 해태동산에서 관음사로 이어지는 ‘지계의 길’을 우선 개장하고 옛 선인들이 걸었던 길을 따라가면서 자신의 모습을 성찰해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들 순례길은 해당 종교의 성지와 역사를 체험하는 통로일 뿐 아니라 제주의 자연과 문화, 역사와 만나는 길이기도 하다.


개장 초기 단계인 이들 길은 다른 길들과 날줄씨줄로 겹치고 연결되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제주는 역사적으로 아픔이 가득한 땅이기도 하다.


제주 순례길이 ‘산티아고 길’처럼 믿는 이들 뿐만 아니라 이 길을 걷는 모든 이들에게 치유와 희망의 길로 자리매김할지 주목되는 이유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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