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싸움 도민은 안중에도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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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 인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보면 도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제주도의 올 하반기 정기인사를 앞두고 도의회가 사무처장 등 도의회 주요 보직에 사무처 공무원들의 자체 승진과 별정직 전문위원 자체 임용 등을 강력하게 내세우며 대립각을 세우자 우근민 지사는 도의회와의 인사 교류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간 인사 교류 중단은 한마디로 양 기관 간 힘겨루기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제주도의회가 ‘인사권 독립’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도의회 사무처장의 자체 승진과 별정직 전문위원 3명의 자체 임용을 밀어붙이자 제주도가 인사 교류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제주도는 도의회가 올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정기인사를 앞두고도 도의회 사무처장에 현 총무담당관을 자체 승진시키겠다고 강력하게 요구하자 사실상 2단계 승진이라는 점을 들어 인사 원칙상 맞지 않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제주도는 특히 제주도의회가 별정직 전문위원 3명을 자체적으로 임용하겠다고 하자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유사한 업무를 담당하는 기능·계약·별정직 공무원들을 일반직으로 전환키로 한 상황에서 당장 별정직 전문위원 채용은 불가능하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의 인사 교류 중단으로 도의회 사무처 직원들만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제주도가 제시한 인사 분리 방침은 현재 정·현원 내에서 채용·전보·승진 요구 등의 인사권 독립을 부여하되 정례적인 인사 교류는 중단하고 5급 이하 일반직 공무원은 희망자에 한해 내년 1월 인사에서 1대1 교류 원칙에 따라 협의 반영한 후 인사 교류를 중단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제주도의회는 4급 이상을 포함한 인사 교류 지속 추진, 승진 후보자 명부 작성 등 임용 관련 권한 일체 위임, 조직권 담보 등을 추가로 제주도에 요구했다.

그러나 우근민 지사는 의회의 전문성을 키우고 도지사의 눈치를 안 보려면 인사 교류가 안되는 게 원칙이라며, 조건을 제시하면 원천 무효가 될 수밖에 없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인사 교류를 지속하면서 의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 제주도의 입장이다.

도의회 역시 인사 교류를 중단하더라도 단계적인 과정을 밟아야 한다며 교류 전면 중단으로 못 박아 버리면 의회 직원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제주도를 비난하고 나섰다. 이처럼 인사 문제를 놓고 제주도와 도의회의 갈등이 커지면서 의회 내부 직원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커져가고 있다. 제주도와 도의회의 힘겨루기 때문에 직원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주일 간 벌어진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인사 문제 갈등을 지켜보면 과연 이들의 안중에 도민들이 있기는 한 지 의문이 든다.

겉으로는 제주도와 도의회 모두 의회사무처 직원들의 전문성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하반기 정기 인사를 앞두고 제주도와 도의회가 수 차례 인사 협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양 기관이 절충점을 찾지 못한 채 그동안 쌓인 감정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말 도민들을 위해 인사에 대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 것인지 양 기관 모두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야 한다.

향후 양측이 대타협의 가능성은 남겨두고 있지만 그 때 가서는 어떤 말로 도민을 위한다고 할 지 걱정이 앞선다.<김대영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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