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가을, 붉은 추억에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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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단풍 주말까지 절정...오름 등지도 몸단장 시작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을 뒤로 하고 가을이 깊어간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서정주의 ‘푸르른 날’ 중에서).


한여름 초록의 두툼한 옷으로 무장했던 나무들은 시인의 노래처럼 무더위에 지친 몸을 뒤로하고 알록달록한 색동옷으로 치장하며 몸단장이 한창이다.


단풍은 나뭇잎 속의 엽록소가 화학 작용에 의해 분해되면서 특정 색소가 남거나 새로운 색소를 만들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러나 딱딱한 과학적 설명과는 상관없이 산에 알록달록하게 오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모습은 그 자체가 보는 이에게 즐거움의 대상이다.


여기에 청명한 하늘과 선선한 바람은 가을 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으로, 미리 배낭을 싸두고 주말을 기다리게 한다.


‘단풍놀이’는 국민 누구에게나 가을에 빼놓을 수 없는 추억이자 로망으로, 제주는 강원도와 더불어 해마다 단풍 여행지 1, 2위를 다투고 있다.


제주 가을 여행의 백미인 한라산 단풍은 지난 9일 시작됐다.


기상청은 산 전체를 대상으로 20% 가량 단풍이 들었을 때를 ‘첫 단풍’으로, 80% 가량 물들었을 때를 ‘단풍 절정기’로 보고 있다.


올해의 경우 평년보다 낮은 기온이 이어지면서 예상을 계속 빗나가 첫 단풍이 평년보다 6일 빨리 시작되더니 벌써 절정기를 넘어서고 있다.


한라산 정상은 물론이고 고지대에서는 단풍이 지기 시작했다.


여름철 무더위에 지쳤는지 빛깔이 예년에 미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다 나뭇잎이 물들자마자 곧바로 시들거나 쉽게 부서져 버려 아쉬움도 남기고 있다.


그럼에도 영실기암 등을 알록달록하게 물들이고 있는 모습에서 역시 한라산 단풍이라는 소리가 절로 터져 나온다.


올해 한라산 단풍은 이번 주말까지 절정을 이룰 전망이어서 막바지 단풍 구경을 원한다면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라산 어리목과 영실로 이어지는 1100도로 주변도 눈여겨볼만 하다.


이와 함께 단풍길로 유명한 노루오름을 비롯해 중산간 오름들도 서서히 노랗고 빨갛게 물들기 시작했다.


도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잦은 사려니숲길의 나무들 역시 하나씩 둘씩 옷을 갈아입고 있다.


이들 지역의 단풍은 이달 말까지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단풍이 들 때마다 장관을 연출하던 서귀포자연휴양림은 잇따른 태풍으로 인한 피해 때문에 예년과 같은 몸단장을 내년으로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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