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녹차밭 농장주로 인생 전환...음료 시장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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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루농장·동네가게 공동대표 박현정씨
“21세기 가장 주목받는 게 농업입니다. 깨끗한 농업, 맛있는 농업, 돈버는 농업이 될 것입니다.”

귀농생활 2년째인 박현정씨(44·여)는 자녀 교육 때문에 제주로 내려왔다가 농장주의 길을 걷게 됐다.

대기업에서 식품 신규사업부장으로 일했던 그는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는 데 익숙했고, 제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지난해 차를 타고 가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따라비오름 인근에 자리잡은 4만평의 차밭에서 해질녘 만난 농업인과의 대화 이후 귀농을 결심했다.

당시 이 농장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여러 조합원 중 남아 있던 한 명의 유기농업에 대한 열정이 그에게 자극을 주었다.

그는 제주를 관찰하던 중 농업이 대표산업이 될 것이라는 믿음 속에 이 농장에 투자하기로 하고 인생의 전환를 꾀했다.

황량하게 방치된 듯 했던 농장의 억새를 베어내고 다시 농장을 일으켜 세웠다.

유기농 생태 다원인 모루농장 공동대표가 된 사연이다.

이 곳에서는 사람과 동물,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다.

산양들이 잡초를 뜯고, 돼지가 땅을 갈고, 닭은 해충을 잡아먹고, 이 동물들의 분뇨로 차나무가 영양분을 빨아들인다.

그는 또 이 마을 주택가에 사무실을 만들려다 아예 동네 사랑방이자 생산자와 소비자 간 소통의 장인 ‘동네가게’로 문을 열고 공동대표 명함을 하나 더 만들었다.

동네가게는 간판에 적힌 ‘농촌과 도시의 공생을 추구하는’ 내용의 문구가 눈에 띈다.

유기농 녹차는 물론 지역주민들이 생산한 농특산물이나 기념품 판매도 함께 이뤄진다.

그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벌써 녹차 음료 시장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제주 녹차와 감귤을 섞은 음료 신제품 개발을 사실상 마쳐 내년에는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제주의 경쟁력은 친환경농업이다. 녹차 재배지로도 최적지이다. 다만 판로가 없어 힘들어한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농부라는 직업이 사라지고, 인간문화재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고 설명, 음료 시장 도전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제주도의 농업정책에 대해서도 “농산물 직접 수출을 지원하는 것도 좋지만 유통 특성 상 ‘슬로우 푸드(Slow food)’ 대회를 열어서 외국인이 제주로 와서 음식을 찾고 사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농업과 안전한 먹거리에서 모범이 되는 제주가 바람이자 약속”이라고 전했다.

오랜 해외 생활과 서울 서초동에서의 자녀 교육을 정리, 아름다운 환경과 어우러진 제주시내 중·고교에 두 딸을 보낸 그의 선택은 행복하다는 딸의 이야기에 미소를 짓게 하고 있다.

그의 귀농일지가 앞으로 어떻게 기록될 지 궁금해진다.

문의 모루농장·동네가게 787-8765.

김재범 기자 kimjb@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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