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과 소통하는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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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법부가 ‘소통’을 화두로 내걸고 ‘법원은 국민 속으로, 국민은 법원 속으로’를 외치고 있다.

제주지방법원도 도민에게 다가가는 열린 법원이 되기 위해 고민하며 달라지려하고 있다.

열흘 전 제주대학교와 공동으로 ‘제주지방법원의 소통 강화와 국민의 사법 참여 확대를 위한 세미나’를 개최한 것도 그 중의 하나였다. 이날 세미나에는 법원 가족들은 물론 학계, 변호사, 법무사, 언론계가 한 자리에 모였다.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행사였던 만큼 뜻 깊은 자리가 됐다.

제주법원은 이날 ‘시민사법 모니터’ 운영, ‘판사와 함께 하는 올레 트레킹’, ‘국민참여재판 그림자 배심 프로그램’, ‘사회적 약자 초청’ 등 자체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변화상을 소개했다.

그런데 도내 변호사 13명과 일반인 17명 등 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현재의 법원 모습을 보여주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시사점을 제공했다.

설문조사 결과 재판부의 절차 진행 태도에 대해 ‘예의를 잘 지키고 당사자 충분히 배려’(11명) 응답자가 가장 많았지만 ‘무례하고 고압적인 태도’(10명), ‘당사자·변호인의 말을 경청하지 않음’(5명), ‘반말 사용’(2명) 응답자도 적지 않았다.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일이지만 지난 달 서울동부지방법원 부장판사가 사기 및 사문서 위조 사건 재판도중 증인으로 출석한 60대 여성에게 ‘막말’을 해 파문이 일었다.

당시 판사는 증인 심문과정에서 진술을 모호하게 대답하고 번복하는 행동을 반복하자 “늙으면 죽어야 해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대법원은 “부적절한 법정 언행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며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또다른 문제점으로는 ‘기록 열람·복사 불편’(16명), ‘긴 대기시간·대기장소 부족’(9명)이 꼽혔다.

민사재판과 관련해서는 재판부의 예단 노출, 재판 절차의 지연, 과도한 담보 제공 명령이, 형사재판에 대해서는 피해자에 대한 신변 및 명예 보호조치 미흡이 지적됐다.

토론에서는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 사건의 경우 언제 결정이 되는 지 예측할 수 없다는 볼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때문에 심리를 종결하면서 최소한 일정 기한 내에는 결정을 하겠다는 것을 당사자에게 알리는 예고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처럼 법원은 여전히 도민들에는 ‘문턱’이 높은 곳으로 인식되고 있는 게 현주소이다. 더구나 법원은 법률서비스를 제공받거나 법률적인 판단을 기다리는 고객들이 있기에 존재하는 만큼 고객을 배려하는 마음이 우선돼야 한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제주도민 10명 가운데 1명 꼴로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기 위해 민사·형사·가사·행정 소송을 벌였고, 등기 신청이나 공탁, 가족관계등록 등과 관계된 비송사건까지 모두 합치면 도민 10명 중 4명이 법원과 관계를 맺었다.

그만큼 공직자로서의 서비스 마인드, 공정한 판결과 판결문 공개, 법조인들의 언어가 아닌 국민 눈높이에 맞는 쉬운 판결문 작성, 국민들에게 알 권리를 충족시켜주는 취재 편의 제공에 적극성을 띠라는 주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제주법원이 이번 행사를 일회성 이벤트로 인식하지 않고 지속적인 ‘소통’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흥행을 몰고 온 영화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이 사법부에 던졌던 메시지가 또다른 ‘제3의 영화’로 표출되는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김재범 사회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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