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미식가를 사로잡은 명품 소고기 '고베비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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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 선진국 일본에서 배운다(7)
▲ '고베비프' 인장.
제주흑우는 백화점에서 고급 선물로 인기다. 고기 맛을 좌우하는 올레인산 비율이 높아 명품으로 꼽힌다.
2006년부터 제주흑우를 판매하는 현대백화점에선 명절 선물로 내놓기가 무섭게 팔리고 있다.

제주흑우는 귀한 상품으로 취급되면서 백화점 배송품목에서 제외됐고, 매장을 직접 방문해야 구입할 수 있는데도 일반 한우에 비해 값이 20% 정도 비싸다.

그런데 제주흑우보다 한수 위인 명품 브랜드가 있다. 바로 ‘고베비프’다. 전 세계 미식가들의 혀를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2009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고베비프를 먹고 싶다”고 한 일화가 있다.

미국 농구스타 코비 브라이언트의 코비는 고베(Kobe)의 영어식 발음인데 고기 맛에 반한 아버지가 아들의 이름을 원산지 명칭으로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JA(일본농협) 효고현본부 테츠노리 축산계장은 “스티븐 스필버그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일본에서 즐겨 찾는 음식이 고베비프”라며 “도쿄 미츠코시백화점에선 100g에 8000엔(한화 11만원)에 팔리면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소고기로 꼽힌다”고 말했다.

효고현은 고산지대가 많고, 천연수가 풍부해 청정 가축이 자라기에 최적지로 꼽힌다.

효고현의 옛 지명 딴 타지마규(但馬牛)는 제주흑우와 같은 흑모(黑毛) 종이다. 이 검은 재래소를 기초로 수대에 걸쳐 지속적으로 개량한 것이 타지마규다.

그런데 고베비프로 인정받기 위해선 효고현에서 태어난 타지마규 가운데 ▲송아지를 낳지 않은 암소나 거세우 ▲육량등급 A 또는 B등급 ▲육질등급 4이상 ▲마블링(BMS) 수치 6이상 등 엄격한 기준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 여기에 지정 생산농가의 사육 및 지정 식육센터에서 도축한 것도 전제조건이 된다.

고베비프를 생산하기 위해 축산농가는 온갖 정성을 아끼지 않는다. 소에게 음악을 틀어주고 마사지를 해준다.

마사지는 근육을 골고루 움직여줘 근내지방인 마블링이 고루 박히게 해준다. 여름엔 입맛을 살리려고 맥주를 먹이고 최종 살찌우는 단계엔 청주와 맥주를 넣어 죽을 쑤어준다. 한우 농가들이 소에게 마사지를 해주고 음악을 틀어주는 것도 이 같은 사육법에서 유래됐다.

앞서 효고현 중앙농업기술센터는 우수한 타지마규를 생산하기 위해 엄격한 검정을 통해 씨수소를 선발하고, 인공수정용 정액을 채취하고 있다. 채취된 정액은 액체질소 탱크에 동결보존해 농가에 공급한다.

이렇게 태어난 송아지는 유전적 혈통을 계승하는 번식용소와 양질의 고기를 생산하는 사육소로 구분해 키워지고 있다.

효고현은 타지마규의 우수성을 지키기 위해 다른 혈통이 유입되지 못하도록 ‘폐쇄육종’을 도입했다. 타지마규를 다른 지방에서 키우거나, 키워서 들여와도 인정을 해주지 않는다.

일본농협 효고현본부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출하된 소 가운데 타지마규 증명서를 받은 소는 6074마리로, 이 가운데도 고베비프 비율은 50%인 3093마리에 머물고 있다. 물량으로 보면 일본 전체 육우 소비량의 0.06%에 불과하다. 나머지 소들은 그냥 쿠로게와규(黑毛和牛·검은소)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이처럼 고베비프라는 표식으로 국화꽃(노지기쿠항) 인장을 받는 고기는 양이 얼마 되지 않아 비쌀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경기침체와 불황 속에도 일관된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고기에 마블링이 그물처럼 촘촘히 박힌 고베비프를 두고 일본에선 하얀 서리가 내린 것 같다는 표현으로 ‘시모후리(霜降)’라고 부르고 있다.

고베비프는 최종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특별 스티커가 따라다닌다. 고베육유통추진협의회 홈페이지(www.kobe-niku.jp)에서 소의 개체정보가 담긴 10자리 번호를 입력하면, 생산농가는 물론 혈통 등 모든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해 소비자를 두 번 안심시키는 것이다.

일본 고베에 온천욕을 갔다 온 한국인들이 고베비프 스테이크를 먹고 나서 ‘부드럽고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입에서 사르르 녹아 내렸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또한 고베를 찾은 내·외국인 관광객이라면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말이 있다고 한다. “고베에서 고베비프를 맛보지 않고서는 고베를 가봤다고 말하지 말라”고.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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