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다 진 꽃과 美軍
피다 진 꽃과 美軍
  • 서봉성
  • 승인 2002.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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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두 여중생의 사진 모습은 앳되고 청초하며 아리따운 모습이었다. 숨진 학생들에게 미군측은 각각 1억90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사고를 저지른 두 미군에 대해서는 그네들 재판정에서 무죄 판결을 한 후 귀국 조치하였다.

주둔국에서 작전 도중 무고한 사람을 둘씩이나 치어 죽이고도 미군측이 선정한 배심원의 결정을 근거로 내린 결론이라 한다.

이에 분노한 국민들이 해당 미군 처벌,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개정,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며 전국 각지에서 연일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오키나와에서 미군의 10대 소녀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 미국 대통령이 공식 사과를 표명했으나 우리의 경우는 김대중 대통령과 통화 중 이 문제에 대하여 사과(apology)가 아닌 슬픔과 유감(sadness & regret)을 표명했다 한다. 정말 너무나 심각한 국가 차별이요, 오만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입장을 바꾸어서 미국에 주둔한 한국군이 미군이 하는 식으로 처리했다면 과연 미국시민과 정부가 조용히 있을 수 있을까. 기실 미국은 우리가 어려울 때 많은 원조를 해 주었고 6.25전란 시에는 참전하여 많은 미군들이 피를 흘리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 혈맹이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너무나 아쉬운 것은 주한 미군은 주둔군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린 두 학생의 생명을 어떻게 자기네들 공무 중 명백한 과실로 앗아가 놓고 몇 푼 안 되는 보상금만 지급하고 해결하려 든다는 말인가. 사람이나 국가나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자존심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그네들은 도대체 모른다는 말인가.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주일 미군 범죄는 4000건이며 한국은 7000건인데 흉악 범죄의 경우 일본은 기소 전 범인을 일본측 검찰에 인도하게 되어 있으나 한국은 미군측에서 기소 후 범인을 인도하게 되어 있다 한다.

SOFA를 개정 아닌 개선하기 위해 양국 대표가 회동을 계속하고 있는 모양이다.

필자 생각으로는 우선 다음 세 가지 사항이 확실히 매듭지어져야 앙금이 풀리게 되리라 본다. 첫째, 형사재판권과 수사권을 우리측이 가져야 한다. 둘째, 미군이 사고를 내면 한국측 당사자가 민사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미군이 환경보호 문제를 야기했을 시 한국측이 수사권을 가져야 한다. 형사사건의 경우 어처구니없는 경우가 비단 이번 경우만은 아니며 민사사건의 경우 일례로 서울에 사는 C씨가 1년 전 신호를 무시한 미군 차량(비보험가입차량)에 치여 반신불수가 되었는데 60만원만 보상받고 SOFA의 미비점 때문에 한을 품고 어렵게 살고 있다 한다. 또한 언젠가 미군이 유독성 물질을 한강에 방류했는 데도 우리측은 당시 수사 권한조차 없는 실정이었다.

SOFA의 ‘합의의사록’에 이런 규정이 있다. 우리측이 재판권을 갖는 경우에도 “미군측의 요청이 있으면 재판권을 행사함이 특히 중요하다고 결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재판권을 행사할 1차적 권리를 포기한다.” 미국측의 요청은 대부분 수용되고 있으며 지난해 미군 범죄 중 우리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한 것은 7%에 불과했다. 미국은 근간 한국에서 촛불시위 등이 왜 연일 계속되는지 시위대의 외면의 구호보다는 내면을 차근히 살펴보아야 한다.

이는 그간 쌓였던 SOFA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항미(抗美)이지 반미가 결코 아님을 알아야 한다. 또한 우리는 미국이 우리를 도와 대한민국을 방위해 왔고 북핵 개발 관련 및 세계 열강 질서 하에서 미군의 주둔이 절대 필요하며 한국의 최대 수출국임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반미가 현명할까, 항미가 지혜로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