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생활 접고 마라도에서 방어 연구...새로운 참맛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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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연동 마라도횟집 사장 이용호씨
요즘 제주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로 방어를 꼽을 수 있다. 제주그랜드호텔 맞은편 골목에 자리잡은 ‘연동 마라도횟집’ 주인장 이용호씨(49)는 두툼한 대방어회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한 영화배우는 이곳에서 방어회 맛을 보기 위해 제주 촬영일정을 변경하기도 했다. 싼 횟감으로 여겼던 방어의 참맛을 재발견하기까지 그는 남들보다 더 많은 정성과 땀을 쏟아야 했다.

그동안 외면 받던 빨간 지느러미살은 소고기 육회처럼 참기름에 찍어 먹는 새로운 식감으로 살려놓았다.

그의 예사롭지 않은 손놀림으로 머리탕, 뼈구이, 내장탕, 튀김 등을 선보이면서 방어는 버리는 부위가 없게 됐다.

그는 “그까짓 방어라고 하며 많이 저평가 됐었죠. 웬만한 회는 먹다보면 물리는데 방어는 쌈과 된장, 김치 등 어떤 식으로 먹든 물리지 않은 생선”이라고 말했다.

같은 방어라도 마라도 바다에서 자리돔 미끼로 낚은 ‘자리방어’만을 고집하는 그는 언젠가 마라도에 다시 돌아가 남은 노후를 보내고 싶은 꿈에 젖어 있다.

결혼을 앞둔 1996년 그와 아내 이명애씨(48)는 최남단 마라도로 여행을 오게 됐다. 붉게 물든 저녁바다를 보면서 모든 것을 훌훌 털어 내고 작은 섬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았다.

“마라도에서 해지는 광경에 눈을 뗄 수가 없었죠. 반해도 너무 반해서 서울 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마라도에 오게 됐죠.”

서울 토박이인 이씨는 17년 동안 수학 교사로 교편생활을 하다 나중엔 ‘스타강사’, ‘쪽집게 과외선생’으로 불리며 학원가에서 이름을 날렸었다. 그의 아내는 신의 내린 직장이라 불리는 한전에서 근무했었다.

서울에서 안정된 삶을 포기하고 마라도로 온 이들 부부는 빗물로 식수를 해결하고 밤 10시 이후에는 전기가 잘 들어오지 않는 불편함을 감내해야 했다. 외딴 섬에서의 생계는 가장 큰 고민이었다.

그는 횟집에서 일을 하고 낚시를 하며 방어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했다. 때론 마라도 바다에서 따온 미역을 갖다가 관광객들에게 팔며 생계를 유지했다.

“마라도는 보물과 같은 섬입니다. 줄기까지 먹을 수 있는 청정 마라도 미역은 최고의 특산품이죠. 한 번은 앉은 자리에서 미역만 100만원 어치를 판적도 있습니다.”

꾸준히 기술을 연마하던 그는 1999년 마라도의 한 식당에 세를 주고 횟집을 차렸다. 횟집을 꽤 잘됐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돈을 빌려가며 펜션과 해수사우나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한 게 화근이었다. 포부를 갖고 시작했던 사업은 얼마가지 못해 산산조각이 났다.

마침 자녀의 교육문제도 겹치면서 마라도에서의 꿈같던 생활을 접고 제주시내로 터전을 옮겨야했다.

미련과 아쉬움 속에 2007년 지금의 자리에서 문을 연 횟집은 마라도에서의 아련한 추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방어의 참맛을 되살리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새로운 인생을 설계할 수 있게 됐다.

그는 “방어철을 맞아 내년 2월까진 하루도 쉬는 날이 없이 일을 해야 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마라도에서 청정한 빗물을 마시고, 차고 건조한 북서풍을 받으며 자란 미역을 맛보던 그 때가 가장 그립다”고 말을 맺었다.

문의 연동 마라도횟집 746-2286.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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