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윈드앙상블 연주회서 지휘자에게 감사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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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 9시40분 제주도문예회관 대극장.

시민밴드 한라윈드앙상블 제24회 정기연주회가 끝날 무렵 트롬본을 부는 문경남씨가 무대 앞으로 나왔다. 지휘자 김승택씨(67)에게 단원 일동이 쓴 감사의 편지를 읽기 위해서였다. ‘스승의 은혜’ 반주에 맞춰 편지를 읽자 지휘자는 금세 눈시울을 붉혔다. 그에게 생애 최고의 성탄선물을 드린 단원들도 훌쩍훌쩍 눈물을 쏟았다.

편지는 연습실을 구하기 위해 백발을 날리며 뛰어다닌 지휘자에게 띄운 감사의 글이다. 단원들은 이달 초 5년간 사용해온 신제주내 중국음식점 지하 연습실을 불가피한 사정으로 비워주고 길바닥으로 나앉았다. 단원들은 공연 며칠 전 곡을 맞추고 무대에 섰다. 그 참담함과 당혹스러움, 지휘자에 대한 경외감을 함께 담았다.

한라윈드앙상블은 1993년 5월 창단한 시민밴드다. 주부, 학생, 회사원, 공무원 등 음악 비전공자 50여 명이 단원이며 10여 년간 120여 회의 연주회를 가졌다.

다음은 김태희 단원이 대표로 쓴 편지 일부.

선생님을 처음 뵈던 날이 생각나네요. 작은 키에 흰색 운동화, 허름한 옷차림.

너무 소박해 보이는 선생님 모습에 우리가 알던 그 유명한 한라윈드의 지휘자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대에서 펼쳐지는 선생님의 강한 카리스마, 열정적인 지휘와 관객을 압도하는 무대 매너, 따뜻하고 친절하게 관객을 배려하는 선생님의 모습에 ‘역시 우리가 알던 김승택 선생님이시구나’ 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무대 밖에서 펼쳐지는 선생님의 모습은 무대 이상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저희에게 많은 것을 배워 주시고, 힘들 때마다 힘이 되어 주셨죠. 진정한 음악이 무엇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멋있게 사는 것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직접 보여주셨습니다. 음악적으로, 인간적으로 사랑이 무엇인지, 믿음이 무엇인지, 열정이 무엇인지, 그리고 강한 위기대처능력이 무엇인지 직접 보여주셨습니다.

그 사람이 얼마나 큰 사람인지를 알아보려면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그 사람의 모습을 보면 된다고 하더군요.

그때 알았습니다. 연습실이 없어지던 날 망연자실한 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하던 우리에게 ‘흔들림 없는 강한 자세’로 앞으로의 길을 말씀하시던 선생님을 보며 저희는 선생님이 그동안 얼마나 한라윈드를 사랑하고 있었는지, 얼마나 한라윈드 앞날을 걱정하며 뛰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 이젠 저희가 선생님께 힘을 실어드리고 싶습니다. 역경은 사람을 강하게 해주고 우리를 더욱 강하게 이어주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선생님을 그 어느 누구보다도 믿습니다. 저희는 선생님을 그 어느 누구보다도 존경합니다. 저희는 선생님을 그 어느 누구보다도 사랑합니다.
힘들 때 함께 할 수 있는 우리. 힘들 때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선생님.

선생님의 그 젊음과 미소, 음악에 대한 열정, 삶의 자세. 그 모든 것을 저희는 존경합니다.

아무리 힘든 시련이 찾아오더라도 저희는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선생님이 있기에 우리가 있고, 선생님이 있기에 한라윈드가 존재합니다.

12월 24일 제24회 정기연주회날, 선생님을 사랑하는 한라윈드 단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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