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흑우 복제소 탄생은 생명기술 연구 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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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수정란 초급속 냉동, 간편 해동 기술 선보여
▲ 박세필 연구팀.
체세포 복제기술은 첨단 생명기술의 집약체이다.

우선 복제하려는 제주흑우의 귀 세포에서 핵을 추출한다. 귀 세포에는 원시 상태의 세포가 가장 많이 있어서다.

이어 씨암소에게서 난자를 추출해 핵을 제거한 뒤 그 자리에 귀 세포의 핵을 옮겨 심는다. 전기 충격을 가해 핵과 난자를 융합시켜 만든 수정란을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킨다.

자연 출산과정으로 탄생하듯 자궁에 착상된 수정란은 한 마리의 개체로 세상에 태아난다.

그런데 씨암소 복제소인 ‘흑우순이’는 세계 최초로 초급속 냉동, 초간편 해동기술이 접목됐다. 기존에 사용한 수정란 냉동기술은 2~5시간이 걸렸고, 해동 후 생존율은 50% 이하였다.

문제는 난자에 핵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막에 미세한 상처가 남아서 냉동과정에서 수정란이 터져버리는 큰 단점이 있었다.

박 교수팀은 수정란을 동해방지제로 투명한 막처럼 감싼 후 영하 196도에서 15분만에 초급속 냉동시키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복제 수정란을 착상시키기 위해선 대리모의 자궁이 열려있어야 한다. 자궁 역시 발정 후 일주일 정도 지난 상태여야 한다.

때마침 표선면 가시리 목장에 있던 대리모 5마리의 자궁이 열렸다는 소식을 접하고, 초급속 냉동된 수정란이 제주로 긴급 공수됐다.

현장에서 섭씨 25도에서 1분간 해동한 후 바로 대리모 5마리에 냉동 복제 수정란을 각각 두 개씩 넣었는데 이 중에서 흑우순이가 탄생했다.

기존 냉동시키지 않은 신선 복제 수정란의 성공률이 10%인 것을 감안하면 초간편 해동기술의 성공률은 두 배 가량 높아진 것이다. 이 역시 세계 최초로 시도돼 학회지에 실렸다.

서울에서 15분 내에 초급속 냉동한 수정란은 항공기로 공수돼 제주에서 해동했는데, 생존율도 80~90%를 보여 해동 후 바로 자궁에 이식할 수 있는 현장 실용화를 인정받았다.

이 기술이 없었다면 전자현미경으로 생존한 수정란을 골라내는 번거로움과 더불어 착상 조건에 맞는 대리모를 찾아다니는 게 더 큰 일이었다.

3년 전 죽은 우량 씨암소가 다시 부활을 한 흑우순이는 현재 24개월령으로 몸무게는 400㎏으로 건강하게 잘 크고 있다.

또한 씨수소인 흑영돌이와 흑올돌이 역시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흙이 움푹 패일 정도로 발로 땅을 차는 등 기운이 넘쳐나고 있다.

친자 감별 유전자 분석 결과, 복제소 3마리 모두 부계와 모계의 유전자와 일치됨이 확인되면서 국내·외 학회지에 게재됐다.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 본원과 서울 부설연구소에 설치된 전자현미경은 고가의 첨단 장비로, 난자의 핵을 제거해 세포를 주입하는 기술과 연구원들의 실력은 국내에서도 손꼽힐 정도다.

박세필 교수는 “제주흑우 씨암소 복원에 사용한 무염색 난자핵 제거, 초급속 냉동 및 초간편 해동을 비롯해 암 발생 위험과 유전자 변형 등 부작용을 해결한 역분화 만능줄기세포 생산은 세계에서 인정받은 첨단 생명기술로 17명의 연구원들이 밤을 새며 연구한 결정체”라고 말했다.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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