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익 한국종축개량협회 제주사업소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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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주의 급급 말고 장기간을 내다보고 육성해야"
 “제주흑우를 보존하고, 고품질 소고기를 생산하는데 농가와 기관은 지금이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정성을 쏟아야 됩니다.”

우수혈통 가축에 대한 등록과 심사·검정사업을 맡고 있는 전창익 한국종축개량협회 제주사업소장은 “제주흑우가 명품 브랜드가 되기 위해선 10년도 부족하다”며 “성과주의에 급급해 하지 말고 원종(原種)은 고유 혈통을 유지하는데 힘쓰고, 개량 실용축은 최고의 육질을 출현시키는 데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전 소장은 “제주흑우의 1등급 출현율은 77.4%로 한우 75.8%보다 높아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며 “하지만 300㎏ 미만 흑우는 2등급 출현율이 41%에 달하는 데 농가에선 사료값 부담으로 조기 출하를 하면서 결국 제 값을 받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흑우 비육기간은 38개월로 한우보다 6개월이 더 길어 생산비용이 많이 들고 있다”며 “그러나 비육 말기에는 제주형 사료와 보리짚 건초를 급여해서 높은 등급을 출현시켜야 제주흑우로서 값어치가 높아진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농가마다 흑우와 한우를 같은 환경에서 키우면서 브랜드 차별화를 꾀하지 못하고 있다”며 “흑우는 고기 맛을 좌우하는 아미노산과 불포화지방산이 한우보다 더 많지만 이 같은 장점을 극대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흑우는 마블링 입자가 가는 선처럼 골고루 분포됐고, 씹히는 질감이 은은하게 오래가는 등 육즙과 풍미가 다른 육류와 차이가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만큼,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하는 담백한 맛과 질감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 소장은 도축산진흥원에 사무관으로 몸담고 있던 1993년 흑우가 사라질 것으로 판단해 씨암소 10마리를 사들였다. 당시 흑우 정책은 물론 예산도 전무한 상태라 진흥원에서 써야할 사료비로 흑우를 구입했다. 따지고 보면 공금을 전용한 셈이다.

그는 “20년 전 거의 모든 농가가 교잡우를 키우면서 흑우를 찾으러 제주 전역을 돌아다녔다”며 “노인들이 구르마(달구지)를 끌거나 밭을 가는데 쓰기 위해 남겨둔 흑우 10마리를 겨우 찾아냈는데, 자식처럼 여긴 소여서 살아남은 것”이라며 비화를 털어놨다.

그는 또 “고생하며 구입은 했지만 이미 노령화가 진행돼 호르몬제를 투여하며 임신을 시켰다”며 “10마리 중 4마리가 새끼를 뱄는데 이렇게 태어난 송아지와 액체질소로 100개의 정액을 냉동해 놓은 것이 현재 흑우를 번식시킨 아비 또는 어미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난지축산시험장 김동철 박사는 제주흑우를 보존하는 데 선구적 역할을 했다”며 “교잡우 육성이라는 정부 정책에 거슬리며 흑우 씨수소를 몰래 키우고 우량 정액을 확보해 놓으면서 흑우가 멸종되지 않고 현재의 사육기반을 만드는데 일조했다”고 밝혔다.

전 소장은 끝으로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올해부터 흑우의 족보를 만드는 혈통정밀사업에 착수해 원종을 조사하는 등 제대로 된 계측 프로그램을 도입하게 됐다”며 “부모의 우수한 인자가 후대까지 지속적으로 대물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을 맺었다.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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