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10대 뉴스 중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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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들은 연말이면 각 언론사가 선정하는 10대 뉴스에 주목한다. 그러나 상당수 도민들은 올해 10대 뉴스를 보면서 착잡한 심정을 느꼈을 것이다. 각 언론사들은 2002년도 10대 뉴스 중 가장 선두에 ‘전.현직 지사의 동시 불구속 기소’를 꼽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 전.현직 지사들은 제주도 지방 정치의 거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 거목들이 분열과 갈등이라는 치명적인 오점을 남기고 있다. 이 두 전.현직 지사의 갈등으로 인해 도민 사회는 치유할 수 없을 만큼 분열의 계곡이 깊어만 가고 있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이 두 사람의 갈등은 세력화되어 마치 만년설처럼 녹을 줄 모른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세력을 전혀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세력을 제압하고 비난하기에 급급해 있다. 지역사회 단체는 물론 심지어 지식인사회까지 두 전.현직 지사의 양편으로 나뉘어 분열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자신이 지지하지 않은 지사가 집행하는 것이면 무조건 반대한다. 반면에 문제가 있는 정책도 자신이 지지하는 지사가 집행하는 것이라면 변론하느라 정신이 없다. 오죽 했으면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제주도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어 이 나라를 5년 동안 이끌어갈 것이냐에 대한 관심보다는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이번 재판에서 전.현직 지사 중 누구에게 유리한가를 계산하는 웃지 못할 광경들이 많았음을 우리는 쉽게 보았다.

이와 같은 현상은 지사를 중앙정부에서 임명했던 관치시대였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도민들의 힘으로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민선자치시대가 오히려 이처럼 분열과 갈등으로 점철되어 있다면 우리는 이러한 자치는 중앙정부에 자진 반납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다. 두 전.현직 지사 개인의 갈등과 반목 때문에 우리는 역사가 우리에게 준 자치시대의 막을 내릴 수는 없다. 모두들 제주도는 작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단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정녕 제주도민의 대표라고 자타가 인정하는 두 전.현직 도지사들이 도민화합에 최대 걸림돌이 되어 제주지역의 부끄러운 10대 뉴스의 주인공이 되어 버렸다.

해결 방법은 오직 두 사람이 화합하는 일밖에 없다. 두 사람이 손잡고 웃으면서 도민 앞에 서는 일밖에 없다. 이제 두 사람은 이 시대가 준 소명의식을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두 전.현직 지사는 도민들이 자신들을 제주도의 소중한 보배라 생각하며 지난 10년간 자신들에게 제주도를 맡겼다는 과분할 정도의 사랑을 생각해야 한다. 선거 때마다 도민의 자존심과 명예의 수호신이라고 외치던 두 사람이 나란히 법정에 서 있는 모습이야말로 오히려 도민들의 자존심과 명예를 얼마나 해치고 있는지를 전.현직 지사는 통렬하게 생각해야 한다. 두 사람의 화합을 그렇게도 갈구하고 있는 도민들의 여린 마음과 두 사람의 역사를 쓸 초롱초롱한 제주의 청소년들을 생각해서라도 두 사람은 화합해야만 한다. 화합을 위해서 우선 서로 무조건 사과해야 한다. 그 사과는 상호간에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도민들에게 함께 손잡고 사과하는 것임을 인식하여야 한다. 그렇게 될 때 공무원 사회의 파벌이 사라지고 정치에 의해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일에 의해서만 평가받는 행정문화가 부활될 것이다. 그리고 괜히 사회단체나 심지어 집안의 경조사 때도 쉽게 볼 수 있는 두 전.현직 지사의 지지자 간 편가르기 싸움들이 종식되어 언제나 제주사회의 발전을 위한 논의와 논쟁만이 존재할 것이다.

이제 두 전.현직 지사의 화합을 제주의 미래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2002 한.일월드컵과 제16대 대통령선거 때 권력보다 국가와 사회를 먼저 생각했던 우리들이 나서야 할 때다. 그래서 이 두 사람이 이 지역의 위대한 지도자로 다시 도민들의 사랑을 받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미래를 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랑, 용서, 화해의 상징인 성탄절의 의미를 실천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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