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TV토론 자격 기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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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이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후보에게 어지간히 혼난 모양이다. 지난 4일 1차 TV토론회가 끝나자 새누리당은 국민적 지지도가 1%에 불과한 후보가 40% 이상의 지지도를 받는 메이저 후보들이 겨루는 법정 토론회에 출연하여 판을 어지럽히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리고선 대선후보 TV토론 참가자격을 지지율 15% 이상인 후보 등으로 제한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이른바 이정희 방지법을 발의하였다.

지난 2007년 17대 대선 때는 이명박, 정동영, 이회창 등 메이저 후보 외에 3명의 군소후보가 법정토론회에 진출하여 총 6명의 후보자가 토론회를 벌였음에도 당시 한나라당은 아무 말이 없다가 3명이 겨룬 이번 토론회를 두고선 새누리당은 불만이 매우 많다. 지난 5년간 새누리당은 마이너 후보들의 법정 토론회 진출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정략적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려우며 자업자득인 측면이 크다.

1997년 15대 대통령선거에서 처음 도입된 후보자 간 TV합동토론은 그동안 후보들 간 충분한 토론을 이끌어내지 못해 후보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사실 TV토론의 모든 문제는 참여 후보의 자격 기준에서 비롯된다. 자격 기준을 낮추면 군소후보와 정치신인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지만 토론 자체가 난삽해지고, 메이저 후보들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 반대로 자격기준을 높이면 다수당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인적·물적 자원이 빈약하고 각종 법과 제도에 의해 외면당하는 군소후보들이 희생될 뿐만 아니라 이는 헌법에 보장된 평등정신에 위배되고 만다. 이 문제는 참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가치 판단의 문제이다.

TV토론에 참여하는 후보들을 선정하는 기준이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토론회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선거방송토론회는 후보자들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높임과 동시에 올바른 후보선택을 위한 제도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국은 후보자의 당선 가능성과 경쟁력을 기준으로 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경쟁력 기준을 어느 선으로 정하느냐이다. 현행법은 ①국회에 5인 이상 소속 의원을 가진 정당 후보자 ②직전 각종 선거에서 3% 이상을 득표한 정당의 후보자 ③최근 여론조사 지지율이 5% 이상인 후보자로 규정하고 있어 기준이 너무 느슨하다. 새누리당은 미국처럼 지지율 15%를 주장하는데 이 기준은 양당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다당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헌법정신에 비추어 보면 너무 엄격하다. 따라서 필자는 지난 1997년 15대 대선에서 적용했던 ①원내 교섭단체 정당의 후보자 ②여론조사 평균지지율 10% 이상 후보자 기준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TV토론 진출후보는 잘해야 세 명에 불과해 지금보다 심도 있고, 효과적인 토론이 될 것이다. 그러나 대선에 비해 국민적 관심도가 낮은 국회의원선거나 지방선거에서는 여론조사 지지율 기준을 5%로 낮출 필요가 있겠다.

또한 질문의 무게와 복잡성에 관계없이 무조건 1분 또는 1분 30초 내에 답변하도록 하는 기계적인 형평성이 토론의 흐름을 단절시키고 있다. 따라서 각 후보들이 사용할 수 있는 총 시간 중에서 한 문제에 대한 답변 시간을 최대 5분을 넘지 않는 선에서 후보 자신이 시간을 신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총량시간제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 후보자간의 심층적이고 활발한 토론을 오히려 방해하고 있는 지금의 TV토론은 하루 빨리 보다 역동적이고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형식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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