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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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새해 첫 날을 맞아 희망에 부풀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 데 어느 새 임진년의 끝자락에 서 있다. 그동안 지나쳐 온 해마다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올 한 해만큼 다사다난했던 해가 또 있을까 여길 정도로 격동의 한 해를 보낸 것 같다. 독자님들은 올 한 해를 어떻게 보내셨나요? 기쁨과 감사가 넘쳐 나시나요, 아니면 슬픔과 절망에 힘들어하셨나요? 개인적으로는 세밑의 자락에서 여러 가지 속상함이 마음 속을 헤집고 다니고 있습니다.

 

새해 첫 날 개인적으로 몇 가지 약속을 했었습니다. 지금은 그 약속의 기억마저 희미해졌지만 언뜻 생각나는 약속은 금연하기, 운동하기, 한 달에 2권 이상 책 읽기, 애들과 여행하기 등이었습니다. 12개월이 지난 지금 제대로 지킨 약속이 거의 없습니다. 그나마 책 읽기 정도를 지킨 것 같습니다. 이런 제가 애들에게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으니 면목이 없습니다. 또 이런 제가 사회에 대해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저의 약속은 제 자신과의 약속이었기에 그나마 다른 사람에게 실망과 피해를 주지 않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위로해 봅니다.

 

지난 19일 앞으로 5년 동안 대한민국을 이끌고 나갈 대통령으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박 당선인은 당선이 확정된 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 “(대선 승리는)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를 살리려는 열망이 가져온 국민 마음의 승리”며 “보내주신 신뢰와 믿음을 깊이 마음에 새기면서 국민 모두가 꿈을 이룰 수 있는 국민행복시대를 반드시 열겠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박 당선인은 특히 “선거 중에 크게 세 가지를 약속했다”며 “민생 대통령, 약속 대통령, 대통합 대통령, 그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했습니다. 5년의 약속을 한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8년 2월 25일 취임사에서 “......공공복리를 위해 협력하는 사회, 풍요와 배려와 품격이 넘치는 나라를 향한 장엄한 출발을 선언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경제살리기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 후 4년이 지난 올 해 초 이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작년 한 해 물가, 일자리 문제로 참으로 국민 여러분의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정말 안타깝고 진심으로 위로를 드립니다. ...... 정부는 어떠한 경우에도 나라를 굳건히 지키고, 일자리를 만들고, 물가를 잡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라고 약속했습니다. 2012년말 현재 그 약속은 공허한 약속이 돼버렸습니다.

 

우근민 지사는 올 해 신년사에서 “...... 동아시아 해상무역왕국 탐라의 시대정신인 개방과 교류, 개척과 도전 등이 제주국제자유도시를 통해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도정과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 ‘촘촘한 복지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해 나가겠습니다. ......제주의 역동적인 변화가 시작되는 시기에 항상 겸허한 마음으로 늘 도민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라고 역설했습니다. 그러나 우 지사의 약속은 애매모호해진 제주국제자유도시의 비전, 복지 사각지대에서 한겨울의 칼바람을 이겨내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소외계층의 모습에서 그 힘을 잃고 있습니다.

 

최근 동아일보는 인간은 반성하는 존재라는 의미의 ‘호모 리플렉텐스’라는 단어를 만들어 보도했습니다. 진정한 반성을 통해서 인간과 사회는 발전해왔고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다는 내용의 보도였습니다.

 

사회의 많은 지도자들이 2013년을 앞두고 신년인사를 준비했거나 준비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부탁하고 싶습니다. 마냥 장밋빛 미래를 써 내려갈게 아니라 처절한 반성을 통해 그 신년인사를 준비해달라고 말입니다. 매년 되풀이하는 의례적인 아닌 진솔한 반성에서 우러나오는 신년인사를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내년 세밑에는 그 약속이 잘 지켜졌다는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기자도 남은 4일 동안 통렬한 자기반성을 통해 내년의 약속을 만들겠습니다. 공허한 약속이 아닌 작지만 반드시 지킬 수 있는 약속을 말입니다.<부남철 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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