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과 바람·세월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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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겨울 숲은 허례허식을 훌훌 벗어버리고 침묵 속에 자신의 본질적인 이면을 생각하는 계절이다. 찬 바람에 잎과 열매를 내려놓고 빈 가지가 참선삼매에 들어 있을 때 가량잎을 밟으며 ‘나는 지금 어디 쯤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헤아리는 시간이다.

 

나목의 영원한 친구, 바람은 잡을 수도 볼 수도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것은 영원히 살아서 만물을 살려내는 에너지의 다른 표현이다. 지구상에 바람이 없으면 모든 생명체는 시들시들 질식하게 될 것이다.
이 바람 때문에 나비와 꿀벌, 제비와 갈매기는 멋지게 묘기를 부리면서 자신의 책무를 마음대로 수행할 수 있다. 이 바람은 너무나 다양한 물질들을 대동하고 다닌다.

 

질소(N2) 산소(O2), 이산화탄소, 수증기, 그리고 향기와 악취 등을 품은 성분들은 바람을 타고 여행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돋보이게 한다. 향기를 담고 있는 성분, 수증기, 산소 기체 등의 기본적 입자인 전자, 양성자, 중성자 등이 지니고 있는 에너지에 의해 만물은 살아간다. 즉 이들의 손길이 닿는 물질마다 생기가 돌고 내일을 약속한다.

 

나목이 본질적인 내면을 생각할 때 모든 사람들은 다시 시작된 한 해의 계획에 골몰하면서 지난 해의 살림살이를 반추할 것이다.

 

도대체 세월이 무엇이기에 희로애락을 싣고 다닐까? 야속하게 무정하게 세월은 흘러간다. 실상 세월은 오고 감도 멈춤도 없는 그냥 그대로일 뿐이다. 그런데 인간들은 흘러간 세월을 한탄하고 원망한다.

 

시간의 관념으로 자리하겠지만 세월은 그냥 허공인 것 같다. 그래서 세월을 가시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일년, 한달, 하루라는 토막을 내었을 것이다. 만물의 존재를 포옹하고 용서하는 허공 같은 바람과 세월은 인간에게 고마움의 대상이다.

 

바람은 기압차에 의한 공기의 이동에 의해 생기며 공기는 지구를 둘러싼 대기 하층을 구성하는 무색 투명한 혼합기체로 화학적 조성은 장소와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주로 질소(약 78%), 산소 (약 21%)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아르곤(Ar), 이산화탄소, 네온·헬륨·크립톤·크세논 등 소량의 각종 기체를 포함한다.

 

필자는 일상생활과 실험실에서 질소의 존재 가치를 높이 인정한다. 물론 식물의 광합성 작용에 의해 생성되는 산소 기체가 인간과 동물의 생명을 지탱해준다. 그러나 공기 중에 질소 기체가 훨씬 더 많이 존재하면서 희석제로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히 임한다.

 

질소 기체는 대기 중에 있는 산소의 큰 반응성을 감소시켜주는 희석제로서 중요하다. 질소가 없으면 조그만 불티라도 심각한 화재를 야기시킨다. 1967년에 아폴로 우주선에 탑승했던 주인공(3명)의 비극적인 죽음은 선실에 순수한 산소만을 사용했기 때문에 일어난 재앙이다.

 

바람과 세월 속에 정중동(靜中動)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질소·산소 기체는 인간의 삶에 절대적인 존재이다. 그러나 인간들은 이들 기체의 존재와 가치를 망각하고 살아간다.  이 순간에 독자들도 나목의 존재, 바람과 세월의 주인공인 기체의 역할을 음미하면서 희망찬 계사년에도 바람과 세월의 주역으로서 유익한 과학적 삶을 영위하길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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