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 기다린 사람들
‘청첩’ 기다린 사람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이번 크리스마스에 치러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외아들 건호씨 결혼식을 앞두고 청첩장을 학수고대(鶴首苦待)한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양가에서 혼례를 단촐하게 치르기 위해 청첩장을 소지한 하객에 한해 입장을 허용키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예식 며칠 전부터 자택과 비서실에는 “청첩장을 보내 달라”는 전화가 빗발쳤다니 말이다.

건호씨 결혼 청첩장은 신랑.신부쪽 친지.친구 등에게만 보낸다는 원칙에 따라 300여 장만 만든 데다 그것이 있어야 식장에 참석할 수 있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 법하다. 노 당선자와 인간적으로 막역한 사이도 있을 것이요, 정치적 지지자도 많을 터이다. 그래서 청첩장을 청탁(?)해 오는 인사에게 매정하게 거절하기도 어려웠을 줄 안다. 자택.비서실 등에서는 걸려 오는 전화를 소화하느라 땀깨나 흘렸음 직하다. 더구나 막무가내로 부탁을 하거나 무작정 찾아 오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니 오죽 예식장에 가고 싶었으면 그랬을까.

궁금한 것은 청첩장 청탁 전화를 한 인사는 몇 명이나 되었으며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하는 점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궁금한 게 있다. 오동나무 심어 놓고 봉황이 오기를 기다리듯 청첩장 오기를 기다리거나 끝내 오지 않자 ‘전화 청탁’까지 하면서 대통령 당선자의 외아들 혼례식장에 꼭 가고 싶어한 그들의 깊은 뜻이 어디에 있었느냐 하는 것이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혹시 대통령 당선자와 악수라도 하고 싶어서, 그렇지는 못하더라도 먼 발치에서 눈도장이라도 찍혀 두고 싶어서 그랬던 사람은 없었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축의금 봉투에 이름 석자라도 남기고 싶었거나, 대통령 취임 후 조각(組閣) 등 인사 기용 때 전화 오기를 기다리고 싶은 인사가 끼어 있었는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막상 노 대통령 당선자 외아들 결혼에서는 아예 축의금을 사양했고, 화환도 한화갑 민주당 대표 것만 받았다. 꽃송이를 보내 축하한 것도 김대중 대통령뿐이라 했다. 청첩장을 못 받거나 구하지 못한 인사들은 너무 섭섭히 생각하거나 서운해 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 당선자에게 무리하게 접근하려고 애쓰는 것은 국가를 위해서나 노무현 당선자 본인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큰 방죽도 개미구멍으로 무너진다지 않은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