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을 특별 사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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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설(2월10일)을 전후해 특별사면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지난 9일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종교계와 경제계, 정치권 등에서 특별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면서 임기 말 특사를 실시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며칠 전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과거 ‘새 임금이 나오면 옥문을 열어준다’고 하지 않느냐”며 특사설에 불을 지피더니 청와대가 기다렸다는 듯 공식화했다.

청와대가 특별사면을 공식화하면서 그 대상과 범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그 대상에 이 대통령의 측근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과 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 김재홍씨가 포함되고 아직 1심이 진행 중인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까지도 포함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야당은 물론 일반국민들은 이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별사면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일반사면과 달리 국회의 동의 절차가 필요 없고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이 재가하면 곧바로 이뤄진다. 대통령의 ‘특권’이다.

임기말 사면권 문제와 관련해선 미국의 사례가 시사점이 크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 2001년 1월 퇴임을 불과 2시간 남겨놓고 140명에 대한 사면을 단행했다. 이 가운데는 클린턴을 위한 정치자금 모금에 기여했던 백만장자 마크 리치가 포함돼 있었다. 워싱턴 정가에 후폭풍이 몰아닥쳤음은 물론이다. 이런 ‘학습효과’때문인 듯 후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재임 8년동안 고작 189명에게만 사면권을 행사했다. 사면대상자도 불법위스키 제조업자 등 ‘잡범’ 수준에 불과했고, 그것도 모두 형기를 채운 사람들이었다.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고 국민 화합을 이룬다는 명분아래 반대 진영 인사들이나 이들과 연루된 비리 기업인들을 사면하면서 권력형 비리를 저지른 측근이나 정치인들을 슬쩍 끼워 함께 사면하곤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하는 것이 새 정부를 이끌 대통령 당선인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때마다 국민들은 실망감을 적나라하게 나타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출마 당시 “중요 사범에 대해 특별사면은 없을 것”이라고 공약한 바 있다. 박 당선인은 “대기업 지배주주·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해서 사면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하겠다”면서 “법에 의해 선고를 받았는데 그게 지켜지지 않고 얼마 있으면 뒤집히는 것은 법치를 바로 세우는데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우근민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제주CBS 시사프로그램 ‘브라보마이 제주’에 출연해 “해군기지 반대활동을 벌이다 법적제재를 받은 강정주민들이 모두 사면돼야 한다는 뜻을 국회에 전달했지만 부대의견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강정주민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는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공권력에 맞섰던 많은 이들이 범죄자란 멍에를 쓰고 있다. 단도진입적으로 얘기하겠다. 대통령이 특별사면이라는 초법적 권한을 부여받은 까닭은 국민들이 힘없고 아프고 억울한 국민들을 보듬고 일으켜 세우라는 뜻에서 준 ‘특권’이다. 형님이나 멘토, 친구나 처사촌을 풀어주라는 뜻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이 대통령의 특별사면설에 대해 국민들은 고개를 흔들고 있다.

이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사면권을 행사할 대상은 측근이 아니라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현행 법을 위반할 수밖에 없었던 국민들이다. 법을 위반했으니 처벌은 마땅하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특별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는 ‘힘 있는’ 사람들보다 대한민국에 피해를 주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남은 46일의 임기 동안 국가의 주인인 국민들에게 ‘유권무죄 무권유죄(有權無罪 無權有罪)’라는 아픔을 남기지 않기를 바란다.

<부남철 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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