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들의 편안하고 안전한 작업을 위해서라면..."
"해녀들의 편안하고 안전한 작업을 위해서라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3)소라잠수복 이성모 사장 부부

 “7년 전 화재로 공장이 잿더미로 변했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일본에서 전량 수입해 쓰던 원단이 모두 불에 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몰랐습니다.”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에서 ‘소라잠수복’을 운영하는 이성모 씨(63)는 30대 초반 시작해 착실히 일궈 온 공장을 2007년 화재로 잃었다. 이씨는 사전 주문을 받은 해녀들과의 약속만큼은 지켜야 한다는 각오로 이를 악물었다.

그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마련한 밭을 팔고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공장을 다시 세웠다.

해녀 출신인 부인 김인심씨(62)와 함께 원단을 자르고 접착 작업을 하는 등 밤샘 작업에 들어갔다.

자신을 믿고 주문제작을 맡긴 해녀들을 생각해 주저않을 수 없었다. 해녀들에게는 고무 작업복이 ‘생명줄’이자 ‘밥줄’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으로 고무 원단을 추가로 주문하고 작업복을 주문했던 해녀들을 찾아 일일이 몸 칫수를 다시 재는 작업이 이어졌다.

화재가 있기 전 주문받았던 물량을 전부 끝냈을때는 부부가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서귀포시 보목동 출신인 이 사장은 26세에 우도 출신 해녀인 부인을 만나 결혼했다.

30대 초반 울산에서 잠수복 사업을 하는 교포 할아버지를 우연히 알게 됐는데 아내가 우도 해녀라는 이유로 고무옷을 팔아달라는 부탁을 받아 몇 번 우도 해녀들에게 소개를 해 줬다.

 

이씨는 제법 돈벌이가 된다고 생각, 울산에 있는 잠수복 공장에서 기술을 배우고 성산읍에서 부인과 함께 가게를 차렸다.

해녀복 1벌 제작 비용은 요즘 시세로 30만원에서 35만원 선.

20여 년 전만 해도 연간 1000벌이 넘는 작업복을 만들었지만 요즘은 6~700벌로 줄었다.
해녀들이 고령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60대 이하 해녀들은 작업 활동이 많기 때문에 1년에 작업복 1벌을 장만하지만 나이 든 해녀들은 작업 활동이 많지 않아 2,3년에 1벌 꼴로 장만한다”며 “고령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주문 물량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매년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공장에서 해녀복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나머지 기간은 몸 칫수를 재러 다닌다.

해녀 작업복은 100% 주문제작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제주 전역은 물론 강원도, 경상남도, 전라남도 남해안 일대에서 활동하는 해녀들을 만나기 위한 출장이 많다.

이 사장에게 있어서는 사업도 사업이지만 상대가 해녀들이기 때문에 이윤을 남길 수 없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이 사장은 “어머니와 장모님, 집사람 모두 해녀 출신이다. 나이 든 해녀들에게는 무료로 수선을 해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문의 소라잠수복 782-3658.
<김문기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