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술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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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남
산문집 ‘바다와 술잔’(도서출판 화남.272쪽)은 소설로 미처 다하지 못한 은밀한 작가의 자기고백집이다.

소설가 현기영씨(62.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는 1989년 이후 13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산문집이자, 장편 ‘지상의 숟가락 하나’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이 책에서 생의 복판을 걸어온 젊은 날의 이야기를 낱낱이 펼쳐냈다.

제주4.3의 끈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그가 이순을 넘긴 즈음에 문학과 삶과 인생과 그 속의 애환을 담아낸 속풀이랄까.

알코올 중독으로 세상을 떠난 두 친구의 죽음, 4.3의 후유증으로 자살한 고교 선배, 2번이나 투신자살을 시도했던 고교시절, 폐결핵으로 죽어간 첫사랑에 대한 추억담 등.

5부 41편의 산문을 묶은 이 책은 고향 제주에 얽힌 추억담과 40여 년간 서울에서 살아온 삶의 애환들이 치열한 시대정신으로 되살아난다.

‘제3부 상황과 발언’에서 박정희기념관 문제와 민간인 학살문제, 친일문학 청산문제 등을 다룬 칼럼 19편과 4.3의 소설화에 따른 숨겨진 비화 등이 담긴 ‘제4장 말의 정신’에서는 한 켜 한 켜 벗겨진 작가의 문학적 원형질이 보인다.

두주불사형 애주가로 소문난 작가와 친교를 맺고 있는 시인 신경림.이재무.박철, 소설가 김성동, 화가 강요배, 불문학자 박거배씨 등과 얽힌 에피소드도 읽을 거리.

일어판 ‘화산도’를 통해 4.3의 광기와 비극성에 완전히 압도됐다는 나카무라 후쿠지 교수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피식 웃게 만드는 글재간과 국경을 넘어선 연대의 울림을 전한다. 본문 그림 강요배. 값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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