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행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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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오래된 프로인 지는 몰라도 토요일 저녁 KBS의 ‘사랑의 리퀘스트’는 우리 사회 뒤안의 어려운 이웃들을 소개하고 ARS 전화로 성금을 모으는 공익프로그램이다.

하나 같이 딱한 사정에 살림살이까지 어려운 이들을 보며 시청자들은 눈물을 훔치며 다이얼에 손을 내민다. 그런 온정이 모여 1억원이 넘고 그것을 나눠 불우한 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은 모두에게 작은 보람이 아닌가 싶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세밑이다.
해마다 12월이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태워 줄 온정의 손길들이 분주하다.
불우 이웃을 방문해 정기적으로 선행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결코 여유롭지 않은 살림에도 나눔을 실천하기도 하고 한가롭지 않은 시간을 쪼개가며 자원 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안덕면 소재 서광교 코흘리개들이 알뜰 바자회 수익금 43만원을 어려운 친구들을 위해 보탰고 제주제일중 학생들은 백혈병을 앓고 있는 학우를 위해 1319만원의 성금을 모아 가족에게 전했다.

서귀포시 지역 소방관들이 홀로 사는 노인과 소년.소녀가장을 돕기 위해 릴레이식 이웃사랑을 펼치고 있는가 하면 안덕면의 한 미화원은 자신도 넉넉치 않으면서 9년째 연말이면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이웃돕기를 실천하고 있어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이들이 있어 세상이 굴러가는지도 모른다.
올 한 해는 어느 해보다 생활이 어려운 이웃이 많이 늘어났다.
지난 여름 집중호우 피해로 생계 터전을 잃은 수많은 이웃들이 그렇고 최근 경제 불안으로 겨울나기가 여간 막막하지 않은 이웃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들 모두에게 이 겨울은 너무 추운 날들이다.
나라 전체의 살림살이가 점점 비대해진 것과는 상관없이 우리 사회 곳곳에는 따뜻한 보살핌과 도움이 꼭 필요한 이들이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즐거워 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부모를 잃은 채 살아가는 어린이, 돌봐줄 사람이 없어 혼자 병마와 싸우는 노인, 일자리를 찾지 못해 떠도는 사람 등 외로움과 경제적 곤란을 겪는 사람들이 있음을 지금 우리는 생각할 때다.

특히 올해는 이웃돕기 온정까지 얼어버렸다는 대선 냉기를 의식해서인지 홀로 어렵게 살아가는 노인과 결식 아동, 저소득 장애인 등 따스한 손길을 안타깝게 기다리는 이들이 더욱 많아져 어느 때보다 ‘나눔의 온정’이 절실하다.

그러나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보살펴 주자는 노력들은 아직 거리의 냉기를 이기지 못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이달 초 설치한 ‘사랑의 체감온도탑’ 수은주는 성탄절인 25일 현재 28도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목표액인 677억원의 28%만 모금됐다는 얘기다.
길거리를 오가며 마주치는 이웃돕기 성금함에 조금이나마 성의를 담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오가는 길목에서 행여 이들을 만날 수 없다면 집에서 TV를 시청하며 방송 프로그램의 화면 윗부분에 표시된 사랑의 ARS전화를 걸자.

이제 필요한 것은 아는 것에 머물지 않고 실천에 나서는 일이다.
우리 주변의 불우한 이웃들은 그들을 배려해주는 후원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용기를 잃지 않고 한결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지속된 경제성장으로 우리도 소득이 늘고 생활수준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한겨울 내내 속옷 바람으로 난방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행복하지 못하다면 가족,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기를 잊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동안 ‘항상 누군가 다른 사람이 나서겠지’ 했던 마음을 바꿔 이제는 ‘내가 그 누군가가 돼 봐야’ 할 시점인 것 같다.
성녀 테레사 수녀는 평생 ‘나눔의 미덕’을 강조했다.

‘전반적인 삶의 질이 만족할 만한 상태’라는 경제학의 행복과 일치하지는 않더라도 ‘나눔’은 또 다른 행복의 이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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