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릅나무와 소나무의 다른 내면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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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관음사 나한전에서 바다를 바라보니 그 배경이 너무 운치있다. 잿빛 구름에 의해 바다와 하늘의 경계는 사라지고 바다는 구름을 뿌려 놓은 하늘같고, 하늘은 옅은 뭉개 구름을 메달고 있는 바다 같다. 구름의 장막 뒤에서는 어떤 자연의 조화가 꿈틀되고 있을까? 역시 자연은 인간의 상상을 자극하는 매개체인 모양이다.

 

나한전 주위의 아름다운 환경과 달리 돌담길 옆의 앙상한 두릅나무가 안쓰럽다. 사람들이 나무에서 움트는 새순, 즉 두릅을 채취하면서 나무가 호흡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뜨렸다. 가지는 하나도 없고 줄기만 가시를 매달고 부동 자세로 선 채 메말라 있다. 인간들은 나무를 이렇게 혹독하게 다스려야 직성이 풀릴까?

 

나무는 그동안 너무 울어서 한 점의 물방울도 품고 있지 않는 것 같다. 한 방울의 수액도 없지만 나무는 가시로 온몸을 덮고 겨울을 견디며 봄의 새순을 밀어올리기 위해 번민을 거듭한다.

 

그 주위의 소나무도 왠지 외로움을 느끼는 것 같다. 그 소나무는 독야청청(獨也靑靑)한 상태에서 참선 삼매경에 들었을까? 여름의 녹색과 다른 색을 입고 있는 것 같다. 모든 활엽수들이 잎을 버리고 난 뒤에도 푸르게 자신을 지키는 것은 고행일 수도 있을 것이다.

 

찬바람과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계절에도 자신의 빛깔을 지키며 사는 소나무를 절개있는 식물이라고 한다. 고독을 음미하며 생활하는 고결한 삶의 내면에는 열정과 지혜를 품은 여유로움이 잉태하고 있을 것이다. 고독하게 사는 과정, 즉 강하게 사는 과정을 거쳐 삶은 미적 세계로 승화될 것이다.

 

소나무 잎은 늘 한결같은 자태로 청정하게 삶을 영위하기 위해 노력하느라고 어쩌면 고독을 느낄 겨를도 없을 것이다. 맹추위 속에서 푸르게 사는 소나무 바늘잎은 두릅나무 가시와 상황이 판이하다.

 

두릅나무 가시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찌를 준비가 되어 있는 존재, ‘유비무환(有備無患)형’이지만 소나무의 날카로운 잎은 ‘외유내강(外柔內剛)형’인 것 같다. 다시말해 소나무의 바늘잎은 자신을 향한 것이지 남을 향한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 엄격하고 상대방에게는 푸르름을 선물하기 위해 소나무는 불철주야 노력하는 형이다.

 

외유내강형의 소나무가 없으면 단풍잎이 떨어진 가을과 겨울의 적막강산을 누가 지키겠는가? 이 소나무가 있기에 엄동설한도 우리는 의미있게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들은 이 소나무로부터 배울 점이 너무 많다.

 

봄 두릅은 금이고, 가을 두릅은 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봄 두릅은 ‘산채의 제왕’으로 일컬어진다. 이것의 한약명으로는 ‘목두채’라고 한다. 향긋하면서도 쓴 맛의 어린 순을 데쳐서 식용으로 애용한다.

 

두릅에는 단백질, 비타민 A, 칼슘과 섬유질 등의 함량이 높기 때문에 건강유지에 효과적이다. 특히 이것이 함유하고 있는 사포닌(saponin)과 비타민 C 등은 암을 유발하는 나이트로사민(nitrosamine) 생성을 억제시켜 준다.

 

또한 두릅은 혈관 내 노폐물 중 유해 콜레스테롤을 용해·배출하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고혈압과 동맥 경화증에 유익하다. 물론 두릅의 향과 쓴 맛이 강할수록 위암, 위궤양, 신장병, 권태, 통풍 등에  더욱 효과적이다.

 

이렇게 가치있는 식물이기 때문에 많은 가시들이 돋아 있다. 보호할 가치가 없으면 가시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가시가 많은 나무일수록 질이 뛰어난 껍질과 두릅을 잉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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