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모기지…생각을 이동할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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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24.3%, 38.0%. 제주의 미래를 암시하는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는 숫자들이다. 24.3%는 전체 제주 인구중 65세 이상 인구비중을, 38.0%는 65세 이상 인구를 15세에서 64세 미만 인구로 나눈 비율(노년부양比)로 초고령화 시대가 성큼 다가섰음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역모기지 활성화 방안’은 눈여겨 볼 필요성이 있다.

역모기지는 소유하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매월 일정금액을 사망시 까지 연금형태로 지급해줌으로써 노후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실제로 일부 은행들은 이번 활성화 방안 이전에도 10∼15년 만기의 역모기지를 판매하였으나, 역모기지가 은행경영에 미치는 위험(주택가격 하락, 금리상승 등)을 감안하여 연금지급 시기를 일정기간으로 제한하는 등 노후대책으로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정부는 이점을 감안, 재정지원을 통한 공적보증을 강화하고 세금감면 등 혜택을 부여하여 역모기지가 노인복지 대책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제주지역이 고령자 소유의 단독주택이 30평 이상은 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역모기지가 제주에서 당장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즉, 세제지원 혜택 대상이 되는 국민주택규모(25.7평 이하)와 주택가격(3억원 이하)의 두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제주가 대대로 정착하는 정서가 강해 사후(死後)에 주택을 금융기관이 처분하는 것에 더욱 부정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물림 정서를 극복해야 하는 문제의 대두가 지금 우리의 생각을 미래로 이동할 시기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즉 지금의 젊은 세대는 상속에 대한 기대보다는 부모님 세대를 위해서라도 독립의 자세가 필요하고, 부모님도 노후를 있는 재산을 활용하여 편안히 보내는 것이 자식을 위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마중지봉(麻中之蓬). 삼밭에서 자라는 쑥이 붙들어 주지 않아도 곧게 자라듯 제도도 마찬가지이다. 역모기지가 고령화 사회를 적극적으로 타개하려는 장기적인 제도의 취지를 잘 이해하고, 지역실정에 맞는 제도로 개선하려는 의지와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심은 제도가 사람을 향해 서서히 진화할 수 있도록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송길성 한국은행 제주본부 기획조사팀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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