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가장 무서운 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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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 더욱 엄격하게 일벌백계로 조치하겠다.”

지난달 31일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전체 비서관회의에서 경고한 말이다.

올 들어 청와대 직원들의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26일엔 사회조정2 비서관이 대기업 간부와 어울려 골프장에서 나이스 샷을 외쳤다. 직무와 관련성이 없었다지만, 국가청렴위원회가 공직자 골프금지령을 내린지 사흘 만이다. 다른 공무원들은 골프장 예약 취소에 부산을 떨고 산행 등으로 휴일을 보냈던 날이었다. 또 홍보수석실 행정관은 동료 여직원과의 사련(邪戀) 문제로 부인을 죽이는 사건도 있었다. 지난 2월엔 의전비서관실 행정관이 NSC(국가안전보장회의)의 기밀문서를 흘렸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청와대는 ‘딥 스로트(deep throat)’가 없이는 국가기밀이 바깥으로 나갈 수 없다며 관련자 색출에 강도를 높였다고 한다.

▲‘딥 스로트’는 ‘내부 고발자’ 또는 ‘익명의 제보자’를 지칭한다.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 취재를 맡았던 워싱턴 포스트지의 밥 우드워드 기자가 당시 닉슨 미국 대통령의 관련 혐의를 제보한 인물을 ‘딥 스로트’라고 부른 데서 유래됐다.

하지만 원조는 같은 해 뉴욕에서 상영된 포르노영화 ‘딥 스로트(목구멍 깊숙이)’였다. 구강성교를 탐닉하는 이 영화는 기독교문화를 바탕으로 한 미국사회에 충격파를 던졌다.

그러나 6억 달러의 수익을 남길 정도로 인기가 폭발적이었다고 한다.

그 때 우드워드는 제보자를 ‘내 친구(my friend)’로 부르려고 했다. 하지만 편집책임자는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 결정적 단서가 나온다”며 ‘딥 스로트’로 의견을 모았다는 후문이다. 그 ‘딥 스로트’가 지난해 33년간의 침묵을 깼다. 그는 연방수사국(FBI)의 서열 2위였다.

▲한국 사회도 ‘딥 스로트’에 떨고 있는 양상이다. 현대 ·기아자동차그룹에 대한 수사의 단초인 비자금 관련 정보 출처만 해도 그렇다. 검찰 스스로도 “제보자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고 인정하고 있다. 지난해 두산그룹의 ‘형제의 난’도, 2003년 SK그룹 분식회계 사건 수사도 마찬가지라 한다.

제보 이유는 대부분 현 경영진에 불만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이제 기업들은 “가장 무서운 적(敵)은 내부에 있다”며 사람 단속에 비상인 모양이다. 하지만 경영이 투명하고, 조직원들 간 인간적 신뢰를 쌓고 있으면 걱정 없다.

그렇지 않으면 제2, 제3의 ‘딥 스로트’는 생겨나기 마련이다.

5 ·31 지방선거와 관련, 제주정가에서도 ‘딥 스로트’가 나올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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