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1만km 뛴 안병식씨 '제주의 자연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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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가시리에서 트레일러닝대회 개최...아시아 최고 대회 육성
지난해 11월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서 열린 ‘제주국제트레일러닝’ 대회에는 11개국 720명의 선수들이 오름과 초원을 따라 달리며 아름다운 제주의 풍광에 흠뻑 빠져들었다.

‘트레일러닝’은 산이나 계곡, 들판 등 포장되지 않은 길을 달리는 것. 미국과 유럽에선 선풍적인 대중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고향인 가시리에서 첫 대회를 연 안병식씨(40)는 “발걸음마다 오름과 초원, 바다 풍경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제주는 트레일러닝의 최적지”라며 “오는 10월에 열리는 대회는 전 세계 1000명이 넘는 마니아들이 달리는 아시아 최고의 대회로 키워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달리기 선수’와는 거리가 멀었던 미술학도였다. 2001년 제주대 미술학과를 졸업, 미술학원 강사로 일을 했었다.

하루에 담배 1갑을 태웠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건강 마라톤에 참가한 후 인생에 전환점을 맞이했다. 달리는 것에 푹 빠지면서 약골에서 허벅지가 울퉁불퉁한 근육맨으로 바뀌었다.

한 창 때는 관음사입구에서 달리기를 시작해 한라산 정상까지 1시간 30분 만에 주파했다. 내친 김에 제주대대학원 체육학과 석사과정에 들어갔다.

2005년 이집트에서 열린 사하라사막 마라톤에 참가했고, 이듬해 중국 고비사막 마라톤(250㎞)에선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출전자들은 사막 마라톤에 겨우 2번 참가한 그가 1위로 골인하자 믿기지 않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막 입문한 초보자가 우승한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과 비상식량이 담긴 10㎏의 배낭을 매고 하루 종일 사막을 달린 후 텐트에서 잠시 눈을 붙인 후 또 뛰는 것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일이었다. 사막 마라톤이 ‘죽음의 레이스’라 불리는 이유다.

‘나 자신을 만나기 위해서 달렸다’는 그는 칠레 아타카마사막 레이스에선 새로운 ‘나’를 발견했다. 우승하고 싶어 악착같이 뛰다 대회 나흘째 발목을 삐었다.

포기하려던 순간 다른 선수들이 부축해줬고, 결승선에선 그를 도왔던 5명이 모두 손을 잡고 함께 골인했다.

그는 “남과의 경쟁이 아닌 자신과의 경쟁, 남과 함께 하는 달리기를 이 때 배웠다”고 회상했다.

사막 마라톤에 이어 남극 마라톤까지 ‘극지 마라톤’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그는 2008년 ‘북극점 마라톤’에선 당당히 1위에 올랐다.

이 대회는 북극점이 있는 북위 90도 사이에 헬기로 선수들을 놓고 간 후 42㎞를 달리는 레이스로 24명 중 17명만 완주를 했다.

영하 30도에서 달렸던 그는 “모든 것이 얼어버리는 냉동창고에 들어간 기분이었다”며 “얼굴에서 흐르던 땀이 바로 얼음으로 바뀌는 정말 상상하기 쉽지 않은 추위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사막에서 북극까지 오지와 극지를 넘나들며 지구 한 바퀴를 달렸던 그가 지금까지 뛴 거리는 장장 1만㎞에 이른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달리기에 앞서 고향인 가시리의 따라비오름과 큰사슴이오름, 갑마장길에서 체력을 다졌던 그는 오름을 연계한 레이스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트레일러닝 코스임을 깨닫게 됐다.

그는 “극한 레이스에서 만난 전 세계 달리기 친구들이 제주의 오름을 달려 보고는 연신 감탄을 했다”며 “제주의 자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이 진정한 힐링(치유)과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관광자원이 될 수 있도록 쉼 없이 뛰겠다”고 말을 맺었다.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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