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술독을 갈무리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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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코앞이다.
그러나 12월 들어 시작된 송년 술자리가 여태 계속되고 있다.
아직도 해야 할 얘기들이 남았는가.
풀어야 할 고뇌들이 그리도 쌓였는가.
매일 술독에 빠진다.

낮에는 혼미함 속에 주독을 빼랴 심신이 생고생하고, 이어 어둠이 찾아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생기가 도는 일상의 연속이다.
일부 직장인들의 연말 풍경을 어렴풋하게나 그려본 것이다.

▲올해 많이 읽힌 책 가운데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가 있다.
시인 신경림씨가 한국 시사에서 고전이 된 시작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쓴 글이다.

소개된 고(故) 신동문 시인의 ‘내 노동으로’는 반세기 전에 발표됐는 데도, 오늘의 술 권하는 사회 분위기와 그 감동이 무관치 않은 것 같다.

‘…돌이킬 수 없는/젊은 날의 실수들은/다 무엇인가/그 여자의 입술을/꾀던 내 거짓말들은/다 무엇인가…제 맛도 모르면서/밤 새워 마시는/이 술버릇은/다 무엇인가…절반을 더 살고도/절반을 다 못 깨친/이 답답한 목숨의 미련/미련을 되씹는/이 어리석음은/다 무엇인가…내 노동으로/오늘을 살자고/결심했던 것이 언제인데.’

책은 ‘머슴살이하듯 비굴하게 청춘을 보내면서, 어리석고 소심한 지식인의 고뇌와 자괴를 이만큼 갈무리한 시가 우리 시에 또 따로 있을까’라고 평한다.

이래서 마치 주당인양 술을 마신다. 있다면 우리 사회는 희망이 있는 것인가.

▲이제 선거의 해이자, 월드컵의 해인 말띠 2002년도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얼굴이 불그레해진 상태로는 새해를 맞이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우선 술독부터 갈무리하여 머리를 맑게 함이 어떨까.

서로를 험담하며 좋지 않았던 지난 모든 일일랑 훌훌 털어 내자.
‘…나이 들수록 시간들은 더 빨리 간다고/내게 말했던 벗이여/어서 잊을 건 잊고/용서할 건 용서하며/그리운 이들을 만나야겠어요/목숨까지 떨어지기 전 미루지 않고 사랑하는 일/그것만이 중요하다고 내게 말했던 벗이여/눈길은 고요하게/마음은 따뜻하게/아름다운 삶을/오늘이 마지막인 듯이 충실하게 살다보면/첫 새벽의 기쁨이 새해에도/우리 길을 밝혀 주겠지요’(이해인 수녀의 ‘송년의 시’에서).

이런 마음으로, 세밑 어둠의 빛을 날려버리자.
그런 뒤 새해 2003년 희망의 빛을 가슴으로 품자.
갈 길이 멀기에 우리는 서로 부둥켜안으며 같이 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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