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서향·쑥부쟁이의 향기와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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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제주대 화학과 교수

순백의 꽃과 함께 백리길 자연에 향기를 뿌리는 백서향을 여유롭게 느끼고 싶은 때이다. 상서로운 향기라는 뜻이 담겨있는 백서향이 집 현관에 한 그루만 자라고 있어도 사람의 마음은 물론 집안을 그윽하게 단장해줄 것이다.

 

허허벌판에 있는 쑥부쟁이는 대지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느라고 환하게 웃으며 향기를 흩날리고 있다. 이 식물도 야생에서 자생하고 있지만 꽃의 자연미와 향기가 너무 좋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쑥부쟁이는 누군가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소란을 떨지 않는다. 그저 침묵 속에서 성장하고 묵묵히 꽃을 피운다. 그곳에 삶의 기쁨이 있다. 기쁨과 행복은 그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음미하는 것에 있다. 우리는 눈이 멀어 그것을 보지 못하고 썩은 악취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대자연에는 이 순간에도 백서향과 쑥부쟁이 등 다양한 야생화들이 자라고 있다. 꽃의 향기 속에 나비 또는 벌은 하나가 되어 행복을 구가하고 있다. 우리는 그 향기와 자연의 법칙을 품고 거기서 의미를 찾는다면 삶이 윤택해지고 사는 즐거움은 배가될 것이다.

 

향기를 내는 물질을 향료라고 하며 냄새를 함유하고 있는 물질은 40여 만 종으로 알려져 있다. 향료는 천연료, 합성 , 조합 로 대별할 수 있다. 천연료는 식물성 향료와 동물성 향료로 나눌 수 있다.
식물성 향료는 식물의 종류에 따라 채취 부위가 다르지만 주로 꽃, 열매, 지엽, 줄기, 수피, 씨, 뿌리 등에서 추출한다. 동물성 향료에는 사향, 영묘향, 해리향, 용현향 등이 있다.

 

천연 료·합성 향료는 목적에 따라서 혼합해 소위 ‘향기의 예술’이라는 다양한 향료, 즉 조합 향료를 탄생시킨다. 예를 들어 환상적인 향기를 뽐내는 향장품 향료, 맛과 향기를 동시에 선사하는 식품 향료 등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생산된다. 향장품 향료는 향수, 화장품, 비누, 세제, 방향제 등에 사용되는 것이다.

 

모든 시대와 문화와 사회에는 고유의 독특한 냄새가 베어 있다. 그래서 향수는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과 같은 것이다. 본래 향수는 향기를 잉태하고 있는 방향성 식물같은 천연 공급원에서 추출됐다.

 

향수 화학은 매우 복잡하지만 화학자들은 향기의 성분을 규명한 후에 이를 실험실에서 합성한다. 합성 향료와 천연물질로부터 추출·제조한 것이 하나가 되어 더불어 발전하고 있다.

 

어떤 향수는 수백 가지 이상의 성분을 갖는다. 흔히 향수의 성분은 휘발성에 기초하여 향(note)이라고 불리는 세 분류로 나누어진다. 가장 휘발성이 높은 부분(가장 쉽게 기화되는 부분)을 상향(top note)이라고 한다.

 

중향(middle note)은 향취의 중심 부분으로 대부분의 상향 화합물이 휘발된 후 남아 있는 냄새이다. 하향(last note)은 향수를 분무하고 3시간 이상 지난 후 맡을 수 있는 잔향으로 휘발성이 낮고 큰 분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Chanel No.5’를 창작해낸 조향사 어네스트 보(Ernest Beaux)도 백서향과 쑥부쟁이 등 다양한 야생화 고유의 은은한 향기를 모방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대지에 감사의 선물인 야생화의 향기를 품을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인간은 그저 이들을 이용할 뿐이다. 이들 야생화는 수백 가지 이상의 성분을 함유하고 자연미를 멋지게 표출하는 천연 향수의 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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