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수출 통계, 그 치명적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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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물론 각종 국가 정책과 사회 전반에 활용되는 통계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 오류와 함정은 치명적이다.

결과적으로 왜곡된 통계는 부실한 정책을 낳고 근본적으로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약(藥) 아닌 독(毒)’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창설 이래 처음으로 회원국인 아르헨티나 정부에 대해 내린 ‘불신임’ 조치 결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국민 연금과 복지 비용 지출을 줄이기 위해 물가상승률 관련 통계를 의도적으로 낮게 조작했다는 허위 의혹이 불거지면서 IMF로부터 시정 요구를 받았다. 하지만 이에 응하지 않은 아르헨티나 정부는 결국 IMF 불신임에 따른 국가 신뢰도 하락과 연금·복지 수혜 국민들의 생활고라는 사태에 직면하게 됐다.

경제통계학에서는 이처럼 의도적으로 악용되거나 왜곡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를 제거하는 방법을 통해 통계의 오류와 함정을 최소화,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제주특별자치도의 수출 통계와 개선안은 합리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수출 실적 늘리기에만 치중하면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치명적 맹점을 내포하고 있다.

현행 수출 통계는 그동안 여러 차례 지적돼 왔듯이 수입산 제품을 판매하는 외국인면세점 매출액을 포함시키면서 우근민 도정의 역점 공약인 ‘수출 1조원 목표’를 채우기 위한 짜맞추기라는 불신을 자초했다.

이에 제주도가 최근 내놓은 수출 통계 개선안은 외국인면세점을 제외하는 대신 대외무역법을 근거로 카지노업과 관광숙박업, 골프장 등 도내 관광사업체의 외환 거래 매출을 의미하는 ‘용역수출’을 포함시켰다.

간단하게 말하면 외국인 관광객이 도내에서 외화나 자국 카드로 결제한 금액 등을 수출 실적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외국인 대상 관광업이 주력 수출업(?)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외국인면세점을 비롯해 관광소득의 절반 이상이 역외로 유출되는 상황에서 외국인 대상 관광업의 수출 실적 포함이 과연 합리적인 개선안인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수출 통계가 공식적이지 않은데다 정부 통계와도 상당한 괴리감을 보이면서 신뢰성을 잃게 만드는 심각한 맹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제주도 수출부서에서 집계하는 수출 통계와 달리 매년 발간되는 ‘제주통계연보’의 수출 실적은 정부 통계인 무역협회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다.

엄밀히 따진다면 외국인면세점이나 용역수출을 포함한 수출 통계는 사실상 민선 5기 도정 공약사업을 위한 맞춤형 내부용에 불과한 셈이다.

또 무역협회와 제주도에서 각각 집계한 지난해 도내 수출 실적은 1억794만달러와 4억6010만달러로, 외국인면세점 실적(2억6000만달러)을 제외하더라도 제주도 집계치(2억10만달러)가 갑절 가까이 많은 차이를 나타냈다.

이는 업체 조사 등을 통해 집계하는 제주도의 통계 방식이 언제든지 ‘실적 쌓기용 부풀리기’로 비춰질 수 있는 한계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 이상 통계적 오류와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방향점은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수출 직항로 등의 기반시설을 만들어내고 제대로 된 경쟁력 있는 상품을 세계 주요국에서 팔 수 있도록 체계화하는 지속가능한 시스템 구축이다. 이른바 소모적 논란만 초래하는 ‘특별한(?) 수출 통계방식’으로는 당초 야심차게 내걸었던 ‘수출로 잘 사는 제주’는 장밋빛일 수밖에 없는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김태형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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