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민사43단독 김세윤 판사는 26일 1급 지체장애인 대학생 박지주씨(31.숭실대 사회복지학과 4년)가 “장애학생을 배려하지 않아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대학재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대학은 박씨의 학습권을 침해한 위자료로 25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박씨의 승소는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대학에 이로 인한 학습권 침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첫 판결로 장애인 권익 보호에 새로운 장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학측이 박씨의 입학을 허가하고 등록금을 받은 이상 박씨가 일반 학생들과 동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할 의무가 있다”며 “장애인용 책상 설치, 강의실 저층 배정 등 비교적 손쉬운 요구를 배려하지 않아 원고가 신체적 불편과 정신적 피해를 본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박씨는 1998년 장애인특별전형으로 숭실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한 후 그동안 강의실 등 학내 주요 시설을 이용할 때 장애인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불편을 겪자 지난해 3월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내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도청 공무원으로 일하는 아버지 박윤부씨(58.제주시 아라1동)와 제주공항 청소용역회사에 근무하는 어머니 김정생씨(54)의 1남3녀 중 장녀인 박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결핵성 척수염을 앓은 뒤 하반신 신경이 마비되기 시작해 중학교 때부터 휠체어에 의지해 왔다.
장애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눈물겨운 삶을 산 박씨는 중학교 2학년 때 자퇴를 한 후 검정고시에 매달렸고 어렵게 대학에 입학했다.
그러나 커다란 장벽은 여전했다.
2, 3층에 있는 강의실을 오가며 휠체어와 함께 계단에서 구르는 일이 다반사였고 혼자서 도서관을 올라가려면 50분이나 걸릴 정도였다. 힘에 부쳐 휴학도 여러 번 했다.
박씨는 “목숨을 담보로 학교를 다녔다”고 울먹였다.
박씨가 전례가 없는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단지 자신의 이 같은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동정과 시혜 차원에 머물러 있는 대학의 장애인 교육에 대한 책임을 환기시키고 눈치만 보며 전전긍긍하고 있는 장애학생들에게 권리찾기를 일깨워주기 위해서다.
승소판결을 전해들은 박씨는 “당연한 권리를 인정받았다는 게 기쁘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후배들에게는 안전하게 공부할 수 있는 학교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며 “졸업 후에는 장애여성을 위한 인권.사회운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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