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포수와 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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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렁이 (1)
함경도 함흥 북쪽 함경산맥 산자락에 사는 농사꾼 신달수는 그날 함흥의 큰 장터에 갔다. 흥선대원군이 집정을 하고 있던 1875년 가을이었는데 장터가 붐비고 있었다.

신달수는 농사꾼이라고 하지만 창과 활로 짐승들도 잡고 있었으며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가 사냥에서 얻는 소득이 농사에서 얻는 소득보다도 훨씬 크다고 말했다. 신달수는 활을 아주 잘 쏜다는 말이었다.

그날 신달수는 어린 멧돼지 한마리를 잡아 장터에서 팔려고 했는데 그날은 신달수에게는 아주 기분 좋은 날이었다. 백정으로 보여지는 사람이 멧돼지를 부르는 값으로 통째 사갔다. 그 사람은 어린 멧돼지 고기가 연하고 맛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늙은 멧돼지 고기는 질기고 맛이 없었다.

“자 가자. 옷과 고무신을 사줄게.”

신달수는 함께 온 처와 아들을 장터 안쪽으로 데리고 갔다. 오래전부터 조르던 물건들이었다.

그런데 도중에 열살난 아들 진평이란 놈이 보이지 않았다. 찾아보니 진평이 강아지들을 팔고 있는 곳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어느 영감이 열서너마리쯤되는 강아지들을 팔고 있었는데 진평이는 그 중 한마리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그 강아지도 또한 진평이를 보고 있었다. 진평이와 강아지는 눈이 맞은 것 같았다.

그런데 진평이가 옷도 고무신도 필요 없으니 그 강아지를 사달라고 졸랐다.

신달수는 강아지를 파는 영감에게 그 강아지 값을 물어봤다. 영감은 그 강아지는 다른 강아지보다 세배나 비싼 값을 달라고 말했다. 그래서 신달수는 아들에게 다른 강아지를 사자고 말했으나 아들은 꼭 그 강아지만을 고집했다. 신달수는 흥정을 그만 두려고 하다가 생각을 고쳤다. 가만히 보니 그 강아지는 예사 강아지가 아니었다.

개라는 동물은 무리를 지어 사는 무리동물이었고 그 무리에는 반드시 두목이 있었다. 어미의 젖에서 떨어진지 얼마 안되는 강아지들도 역시 그랬다. 그 강아지는 두목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놈은 다른 강아지들을 밀어붙이고 위협을 하고 있었다. 푸른 눈동자가 반짝거리고 있었고 몸매도 다부졌다. 특히 발이 굵었고 발바닥이 크고 넓적했다. 발바닥이 넓적한 강아지는 큰 개가 되는 법이었다.

그 개가 풍산개라는 영감의 말을 믿을 수 없었고 그 개가 잡견이라는 것도 분명했으나 그래도 관심이 가는 개였다. 신달수는 영감이 부르는 값으로 강아지를 샀다. 아들은 좋아서 강아지를 안고 춤을 추었고 강아지도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그 강아지가 누렁이였다. <글 김왕석·그림 김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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