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그리고 ‘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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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봄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단어는 ‘창조경제’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즐겨쓰던 이 단어는 이제 대한민국 정부와 기업 등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키워드가 됐다.

하지만 이 개념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는 정답지는 보이지 않는다. ‘기존에 없던 개념’이라거나 ‘융합’ ‘상생’ 등 모호한 표현만 난무한다. 각종 보고서와 행사는 기존의 콘텐츠에 창조경제라는 단어만 덧씌우는 것에서 의미를 찾기도 한다.

하지만 ‘창조경제’는 이미 12년 전인 2001년에 출현했다. 창조경제의 시조로 불리는 영국의 존 호킨스(Howkins) 교수의 저서가 ‘THE CREATIVE ECONOMY’였고 그 서브타이틀이 ‘어떻게 아이디어로 돈을 버는가’였다. 한 마디로 새 아이디어 창출경제-창출특허로 돈을 버는 경제를 창조경제라 하고 새 아이디어 자체가 새 직업이 된다는 것이다.

존 호킨스 교수는 최근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이 개념에 대해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개념”이라며 “창조경제는 어디까지나 방법에 대한 개념이고 결과물은 다양하게 구현될 수 있는 만큼 용어 자체에 매몰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에서 가장 강조됐던 것은 ‘녹색’이었다. 이 대통령이 워낙 녹색을 강조하는 바람에 모든 부서에 녹색이라는 이름을 붙인 ‘과’가 생겨나고, 금융기관마저도 녹색금융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냈다.

5년동안 대한민국을 이끌어 왔던(?) ‘녹색’이라는 단어가 박근혜 정부에서는 찬 밥이 되고 있다. ‘녹색’을 모토로 삼을 수도 있는 환경부가 지난달 말 직제를 개정해 3개 국·과의 명칭에서 녹색을 모두 삭제했다. 돌이켜 보면 노무현 정부 때는 혁신이라는 단어가 등장했고, 그 혁신이라는 단어 역시 비슷한 운명을 걸었다.

이렇게 대한민국은 정권에 따라 개념에 매몰되면서 정책의 지속성을 잃어왔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일 청와대에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새정부가 추구하는 ‘창조경제’는 과감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며 “창조경제는 창의성을 우리경제 핵심가치로 두고,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통해 산업과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과 문화가 융합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새로운 일자리와 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조기업의 대명사 애플이 만들어낸 ‘아이팟’ ‘아이폰’ 등 획기적인 제품은 개발자의 패러다임 전환만있었을까? 막강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초 기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에 뒤지지 않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갖췄다. 30년 넘게 개발한 ‘맥 OS’가 대변한다. 스마트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도 직접 설계한다. 과연 우리에게 이런 ‘SOC’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까?

호킨스 교수는 “일자리를 인위적으로 만들기 위한 특정 산업 육성보다는, 유연성 있는 사회를 구현함으로써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제주특별자치도도 박근혜 정부의 ‘창조’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벌써 대구광역시와 대전은 ‘창조’를 대표 브랜드로 내세우고 있으니 제주도도 조만간에 ‘창조’와 관련된 정책내지는 브랜드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호킨스 교수가 지적했듯이 지방정부가 직접 나서서 특정 산업을 육성하는 것보다 제주를 얼마만큼 유연성 있는 사회로 만들어갈 지를 고민하는게 제주특별자치도의 미래를 ‘창조’하는 우선 순위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창조’에 맞출 것이 아니라 현재 제주는 유연성 있고 다양성을 수용하고 있는 지, 그리고 이를 얼마만큼 성장시킬 수 있는 지 고민할 때다.<부남철 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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