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축시 - 운동장, 새아침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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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태

1.
정월 초하루, 맑은 물 한 사발 떠놓고 들여다보니,
양 한 마리 푸른 들판에서 뛰놀고 있구나.
오호라, 계미년(癸未年) 새해맞이 나왔구나.
새해, 물처럼 맑아져라, 양처럼 순한 세상 열려라.
투명한 세상, 투명한 나라 되어라.
양 한 마리가 백이요, 천이요, 팔천만 동포이니
맑은 물 속에 환한 세상 열려라.

2.
새해, 새 아침, 물사발에 뜬 지구를 본다.
새해 아침 맑은 물로 말갛게 씻어서
올 한 해도 잘 지내보자고,
테러, 파괴, 폭력, 오염 들을 맑은 물로 헹궈
척-하니 우주 공간에 돌려놓으니, 잘 돌아가는구나.
그래, 오늘 아침은 새 태양이 뜨렸다.
맑은 물로 씻은 새 태양도
우리들 가슴 속에 뜨겁게 걸어볼 일이다.
우리의 내일을 비출 일이다.

3.
하지만 아직도 걱정은 씻기지를 않아.
우주 공간에 뜬 지구는 씻을 수 있어도, 친구여.
그대 가슴에 찌든 때는 씻을 수 없으니,
통곡, 한숨, 근심, 미움, 불안, 공포 모두
오시게, 제주의 맑은 물로 그대 마음 씻으리니,
오시게, 제주의 맑은 바람, 풍욕(風浴)이랬거니,
오시게, 한라산 솔숲에서 흐르는 맑은 물로
오시게, 한라산 기슭 맑은 공기를 쐬어
정갈한 몸과 맘으로 양떼를 몰아보세.
오시게, 새 태양이 뜨는 물사발 같은 세상,
그래, 그래, 그래.

4.
새해, 새 아침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지구를 차며 뛰놀고 있다.



▲약력
△1990년 ‘다층’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멕시코행 열차는 어디서 타지’(새미), ‘니체와 함께 간 선술집에서’(다층)
△제주중.오현고 졸업, 제주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현 계간문예 ‘다층’ 주간, 제주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귤림문학동인, 신성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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