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 제주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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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고, 말을 낳으면 제주로 보내라’는 말이 옛말이 되고 있다. 제주를 삶의 터전으로 삼기 위해 이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말의 고장’ 제주는 마산업의 최적지이기도 하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2012년 국내 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다른 지역에서 제주로 들어온 전입자는 2만5000명으로 다른 지역으로 떠난 전출자 2만명보다 5000명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1년도 순유입인구 2000명보다 2.5배 늘었고, 전국 9개 도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것이다. 특히 30대와 40대 젊은 층이 가장 많았다. 이처럼 제주에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기자가 만난 상당수는 ‘제주 예찬론자’가 다 됐다.

“제주의 추운 바람마저도 사랑하게 됐습니다. 서울에 일 때문에 올라갈 때도 잠을 자지 않고 제주로 내려옵니다.”

4년 째 제주시 한림읍 월림리 소재 갤러리 노리(nori)에 새 둥지를 튼 화가 이명복씨(56)와 관장 김은중씨(51) 부부의 이야기이다. 자신의 전공인 그림도 그리고, 전시회도 기획하고, 사람들과 교류를 하면서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전통 등공예 작가인 윤성재씨(33)와 장수 건강식으로 알려진 ‘마이크로 바이오틱(micro biotic)’ 요리 전문가 강가자씨(31) 부부는 제주에서 사랑을 꽃피워 달콤한 신혼일기를 써내려가고 있다. 이들은 “제주에서는 모든 순간 순간들이 감동이에요. 무심코 밖으로 나서면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져 있어요. 숱한 사연을 간직한 신화와 독특한 문화도 매력이죠.”라고 말한다.

서귀포시에서 9년째 감귤 농사를 짓고 있는 김영란씨(53)와 남편 이성호씨(53) 부부는 “잘 익은 노란색 감귤과 푸르른 풀이 펼쳐진 제주의 풍경을 보고 가슴이 뛰었죠. 예쁘다는 생각에 농사일에 뛰어들었다”고 귀농 계기를 털어놓는다. 김씨는 이제 친환경 유기농법을 전수하는 귀농인들의 멘토가 됐다.

‘화가 귀농인’ 김영일씨(47)도 4년째 서귀포시에서 친환경 감귤 재배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청정 제주의 흙과 함께 생활하면서 못 다한 예술세계도 펼치고 있다.

자녀 교육 때문에 제주로 내려왔던 박현정씨(45)는 귀농 3년째로 유기농 생태 다원인 모루농장의 공동대표가 됐다. 박씨는 차를 타고 가다 표선면 가시리 따라비오름 인근에 자리잡은 4만평의 차밭에서 해질녘 만난 농업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유기농업에 대한 열정에 귀농을 결심했다고 한다.

이들은 우연히, 운명적으로, 또는 직업세계를 찾다 제주로 이끌려왔다.

기자가 최근 서울에서 대학교 동창들과 만남의 자리를 가졌을 때도 ‘제주 이민’이 화두가 됐다. 대기업에 다니는 그들은 비록 제주가 고향이 아니지만 기회만 주어진다면 짐을 꾸리고 단숨에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일을 하면서 먹고 살아야 하는 데 마땅한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제주 이민자들도 귀농·귀촌과 함께 올레길이나 관광지 주변 게스트하우스와 펜션(민박)·카페 운영, 문화예술활동 외에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그만큼 제주로 오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한 다양한 일자리 제공이 아쉬운 상황이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와 제주발전연구원이 올해 초 발표한 ‘베이비붐 세대와 은퇴자 대상 인구유입 방안’ 자료에서도 제주 생활 만족 이유로 ‘청정 자연환경’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음’이 우선 꼽혔다.

또 베이비붐 세대의 제주 이전 시 필요로 하는 지원 정책으로는 경제적으로 주택지 분양과 일자리 알선이 요구됐다.

이미 제주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를 탈출하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선호도가 높은 국내 지역으로 떠올랐다. ‘제주에 살어리랏다’를 꿈에 그리면서도 막상 실행에 옮기는 데 망설이는 이들을 끌어안을 방안을 서둘러 고민해야 할 때다.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수록 제주의 이익도 더 커질 것이다. <김재범 경제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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