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는 시작, 그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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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 다시 새로운 한 해가 열렸다. 저 태양은 어제의 태양이 아니며 이 바람은 어제의 바람이 아니리라. 해마다 사람들은 정갈한 마음으로 각오를 다지고 새로운 계획을 설계한다. 그래서 새해를 시작하는 첫날은 다들 조심스럽다.

시작은 긴장되지만 아름답고 신선하다. 출발선상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육상선수들, 수영선수들은 긴장한다. 무대에 선 연주자, 노래를 시작하기 전 성악가는 긴장한다. 그러나 그 모습은 신선하다. 막 걸음마를 시작하려는 어린 아이, 결혼식장 입장을 기다리는 신부는 긴장하지만 그 모습은 아름답다.

시작은 결과를 수반하는 행동이다. 운동선수는 기록을 깨고, 연주자는 관객을 감동시킨다. 어린 아이의 걸음마는 미래를 향하고 신부의 입장은 인생을 바꾼다. 그러나 시작은 신선하고 아름답지만 끝이 늘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고통을 겪거나 좌절하는가 하면 실패로 끝나기도 한다. 하지만 어린 애가 실패를 두려워 걸음마를 포기하지 않듯 시작은 본능이다.

지난해 우리는 ‘제주국제자유도시호(號)’를 출범시켰다. 제주도 역사 이래 도민의지로 결정한 가장 거대한 ‘시작’이었다. 돛을 올리고 항구를 빠져 나오는데 1년여를 보냈다. 그 새로운 시작을 위해 우리는 많은 것을 겪었다. 닻을 채 끌어올리기도 전에 수도권 등 경제특구 지정에 마음을 졸였을 뿐만 아니라 신의주 특별행정구에 이어 금강산 경제특구 때문에 애를 태웠다. 하지만 ‘국제자유도시특별법’ 등 미진한 문제들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지금 ‘제주국제자유도시호’는 연안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려는 순간에 있다. 무슨 일이든 가속을 붙이기까지가 어려운 법이다. 이제는 목적지를 향해 방향을 잡고 돛을 올려야 할 때다. 10년 역사(役事)를 향한 저 돛대 위에 제주의 표상을 붙들어 매어야 할 때다. 그것은 미래를 향한 전진이며 변화를 희구하는 우리의 의지다.

국가적으로 금년은 참으로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정치와 경제는 물론 사회문화적 시스템들이 몰라보게 달라질 것이다. 그것은 새 정부의 힘이 아니라 국민의 힘이라는 데 의미가 크다. 월드컵과 미군 장갑차 사건, 그리고 대통령 선거 등에서 보여준 행태들이 모두 긍정적 측면만은 아니라고 해도 그 힘의 원천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국민들의 선택이었다.

이 시점에 유의해야 할 점은 지방분권화가 가속되리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전환기적 지방화 시대에서 진정한 의미의 지방경영시대가 열린다는 뜻이다. 대통령 당선자는 지역 발전에 대한 공약에 따라 그에 대한 실천이 뒤따라야 할 입장에 있다. 이를 테면 영남권은 첨단테크노벨트, 호남권은 고부가가치 첨단산업 및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이 그것이다.

어쩌면 행정수도의 이전 등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명목에 매달리다 보면 상대적으로 지역 규모가 열세인 제주도가 소외될 우려도 없지 않다. 이러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지역 발전의 대열에서 뒤쳐지고 말 것이다. 대통령 당선자가 대선 유세 때 한 말을 기억하자. “제주국제자유도시는 제주도민이 만드는 것이다. 단, 정부는 뒤에서 밀어주겠다.”

우리는 시작했다. 그러나 시작이 전부는 아니다. 그 시작이 헛되지 않게 속도를 조절하고 중지를 모아야 하며 유연하게 그리고 호기 있게 나가야 한다. 머설 맥루한은 말한 바 있다. “우주선 ‘지구호’에 승객은 없다. 모두가 승무원이다.” 마찬가지로 국제자유도시 ‘제주호’에 누구는 승무원이고 누구는 승객이 아니라 모든 도민들이 승무원으로서 책임을 나눠야 한다.

시작하는 사람들은 아름답다. 이런 저런 이유로 미루는 사람들은 꿈을 이룰 수가 없다. 제주도의 미래는 ‘함께 시작’하는 데 있다. 각자 시작하면 결과가 되지만 다 함께 하면 역사(歷史)가 될 것이다. 제주 역사를 위해 이번의 시작은 함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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