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유배인 광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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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건 제주대학교 교수 / 논설위원
세간에 광해군(光海君)이 인기다. 제주대학교 스토리텔링 연구개발센터와 제주MBC가 공동 기획해 지난 3월 22일 문예회관에서 공연을 했던 음악창작극 ‘광해, 빛의 바다로 가다’가 큰 관심을 끌었다. 이러한 관심에는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이병현 주연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가 기폭제가 되었음이 분명하다. 최근 들어 고등학교 역사교사들은 재조명해야 할 인물 1위로 광해군을 뽑기도 했고, 역사교사 지망생들은 가장 존경하는 조선의 왕으로 광해군을 선정하기까지 했다. 그런가하면 제주도민들의 광해군에 대한 최근의 관심은 제주도에서 4년여 유배생활을 했던 유일한 왕이었다는 사실과 결코 무관치 않은 것 같다. 그러나 광해군에 대한 관심은 갑작스런 일이기 보다 그동안 꾸준했었다. 안현철 감독의 ‘인목대비’(1962)라는 영화가 있었다. 여기서 배우 신영균은 폐모살제(廢母殺弟)의 악인인 광해군으로, 조미령은 애처롭고 불쌍한 인목대비로 등장해 당시 서울관객 8만을 불러 모았다. 이 영화야말로 일반인들에게 광해군을 천인공노할 폐군으로 인식시키는데 가장 큰 기여를 했다.

이에 대해 광해군을 새롭게 이해해 보고자 했던 것이 박종화의 대하소설 ‘자고 가는 저 구름아’(1965)이다. 박종화는 광해군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암투와 백성들의 생활상을 이야기하면서, 승자의 입장에서 쓴 역사 기록을 거부하고 그의 치적을 보다 객관적인 관점에서 서술하고자 했다. 그러나 광해군에 대한 재평가가 본격적으로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명지대 한명기교수의 ‘광해군’(역사비평사, 2000) 출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SBS는 2003년 대하사극 ‘왕의 여자’를 만들어 광해군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박종화의 ‘자고 가는 저 구름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42부작 대하드라마 ‘왕의 여자’는 광해군 시대를 배경으로 선조와 광해군에 걸쳐 사랑을 받은 ‘개시’라는 여인의 파란만장한 삶을 조명함과 동시에 폭군으로만 알려진 광해군에 대해 재조명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그러다가 최근에 들어 제주유배문화 차원에서 광해군이 새로운 흥미를 끌고 있다. 광해군과 제주유배를 처음 연계시킨 것은 2009년 MBC드라마 ‘탐나는 도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가 2010년 제주대학교 스토리텔링 연구개발센터가 제주유배문화 스토리텔링 콘텐츠 개발 사업을 하면서 광해군에 대한 콘텐츠들을 본격적으로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광해군이 유배생활을 했던 제주시 구도심를 기반으로 ‘성안유배길’을 조성했고 관련 스토리북 ‘제주유배길에서 만난 사람들’(제주대출판부, 2011)을 출간했다.

그런가하면 제주MBC와 공동으로 ‘광해 그리고 유배를 말하다’라는 토크콘서트를 개최했고 창작음악극 ‘광해, 빛의 바다로 가다’를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광해왕유배길 영상작업도 최근 무사히 마쳐 곧 제주유배길 홈페이지(www.jejuyubae.com)에 선보일 것이며, 조만간 광해군 관련 가이드북도 출간될 예정이다. 광해군은 조선의 왕 가운데 가장 드라마틱한 인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의 왕’처럼 세계인들에게 선보일만한 경쟁력 있는 문화콘텐츠도 드물다. 더욱이 광해군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처럼 스토리텔링 콘텐츠가 갖춰야할 최고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광해군 본인은 물론 어머니와 형님의 묘가 있고, 원찰(願刹)이 있는 경기도 남양주시가 최근 광해군 콘텐츠에 대해 발 빠른 관심을 표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에 필자는 강원도 영월의 단종문화제처럼 광해군 국장(國葬)예절 재현을 제주도 문화행사로 개최해볼 것을 적극 제안해본다. 1000여 명의 도민이 참여하는 국장 행사는 도민들과 관광객들에게 화려하고 웅장한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거라 자부한다.

이밖에 광해군을 활용한 문화콘텐츠 개발은 무궁무진하다. 이제쯤 제주도 차원에서 광해군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 볼 만하다.

이중섭이나 추사 김정희보다 더 가치 있는 제주문화자원이라고 한다면 그 가치가 조금 이해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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