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을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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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5월이 눈앞에 다가왔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붙은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무슨 날’ ‘무슨 달’의 지정은 관련 행사의 중요성을 내포함과 동시에 그날만이라도 챙기지 않으면 안될 만큼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내리 사랑은 있어도 치 사랑은 없다’는 옛말처럼 가정의 달을 맞으며 아이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교육환경에 먼저 눈길이 간다.

제주의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의 자유분방함을 뒤로 하고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고교 입시를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이 고난의 장벽은 모두에게 똑같이 느껴지는 게 아니다. 서울지역 중학생의 일반계고 진학률이 85%를 웃도는 반면 제주시 동지역 중학교 일반계고 진학률이 45% 정도라는 수치에서 보듯 유독 제주의 중하위권 학생들만 힘겹다.

이와 관련해 도내 중학교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이 ‘부동의 전국 1위’이고 중학생층의 정신건강에서 상대적으로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교에 진학하면 대입과 취업이라는 또 다른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

쭉쭉 달려 나가는 진도 속에 새 학기의 다짐은 어느새 가물가물해진다. 선행학습에서 뒤진 아이들은 주로 주말을 이용해 학원을 전전하거나 아예 해당 과목에 흥미를 잃고 자포자기하기 일쑤다. 아이들은 학교가 공부 잘하는 소수 아이들만을 위한 곳이라며 상대적인 소외감에 빠져들고 끼리끼리 PC방이나 길거리를 헤매게 된다.

상위권 아이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변덕스러운 대한민국의 대입제도 앞에서 아이들은 길을 잃고 헤매기 십상이다.

친구관계는 또 다른 고민거리다. 심심찮게 들려오는 학교폭력 문제는 내부의 상처가 드러난 것일 뿐이다. 요즘엔 휴대전화의 소셜네트워크 기능을 악용한 따돌림과 언어폭력이 새로운 흉기로 대두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아이들은 이른 새벽부터 학교로 향한다. 매일 오전 7시가 되기 전부터 통학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걸음을 재촉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새삼스럽지 않고 학교 앞마다 부모들의 자가용은 당연하다는 듯이 줄을 선다. 아이들은 늦은 밤 파김치가 돼서 집으로 돌아온다.

외국인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한국의 아이들은 불쌍하다’고 연발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범도민 운동으로 들고 나온 ‘밥상머리 교육’이 눈길을 끈다.

제주도교육청은 밥상머리 교육을 위해 일주일에 두 번 이상 가족 식사의 날을 가진다, 정해진 장소, 정해진 시간에 식사한다, 가족이 함께 식사 준비하고 정리한다, TV는 끄고 전화는 나중에, 대화를 위해 천천히 먹는다, 하루 일과를 서로 나눈다, 가족 간 질문을 한다, 공감과 칭찬을 한다, 행복하고 즐거운 가족식사가 되도록 한다 등 10개 실천지침을 마련했다.

가정에서 ‘공감과 칭찬’ 하나만 제대로 이뤄진다 하더라도 밖에서 외롭고 지친 아이들에게 상당한 힘이 될 것이다.

덧붙이고 싶은 것은 부모들의 의식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 요즘 아이들은 과거와 다른 ‘새로운 인간형’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아이들의 변화를 이해하고 수용하려 하지 않고 자신들이 자랄 때와 같은 잣대를 들이민다면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제도 개선의 노력 또한 당연히 수반돼야 한다. 대통령이 ‘모든 시험 교과서 안에서만 출제’라는 원칙을 강조해야 하고, 교육부 장관이 또다시 대학입시정책을 큰 틀에서 바꾸겠다고 나설 만큼 문제가 심각하다. 여기에 30년 넘게 나몰라라 하는 제주도의 고입제도 또한 예외일 수 없다.

결국 아이들 문제의 근원은 어른들에게 달려 있는 셈이다.

가정의 달을 앞두고 ‘어른’이라는 두 글자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홍성배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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