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흥 북촌 돌하르방공원 대표
돌하르방은 제주를 대표하는 대표적인 상징이다. 투박한 질감의 현무암으로 만들어져 마을 어귀에 세워진 돌하르방은 제주인과 오랜 세월동안 함께 하며 수호신의 역할을 담당했다. 뭉툭한 주먹코에 툭 튀어나온 퉁방울 눈을 부라리는 모습은 무섭다기보다는 푸근하고 익살스런운 모습으로 마치 제주인을 닮았다.
북제주군 조천읍 북촌리 숲속에 자리잡은 돌하르방공원은 제주의 상징인 돌하르방을 주제한 전문 갤러리공원이다.
10여 년간 ‘숲·만남·평화’를 주제로 다양한 돌하르방을 만들며 삶에 대한 희망을 조각하고 있는 김남흥 원장(48).
김 원장은 “제주의 상징물로 널리 알려진 돌하르방이지만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정리해 원형을 찾으려는 노력이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돌하르방의 참모습을 알리고 제주 섬 사람들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2000년부터 돌하르방 공원 조성에 나서 제주대 미술교육과 후배들과 함께 제주특별자치도 민속자료로 지정·보호되고 있는 돌하르방 48기를 실물 크기로 재현했다.
또 엄숙한 모습의 기존 형태를 벗어나 두팔로 하트를 그리고 있거나, 손가락으로 브이(V)자를 그리거나, 비둘기가 어깨 위에 앉거나, 칼을 찬 무사 돌하르방 등 기발한 모습을 한 돌하르방을 만들어 공원에서 전시하고 있다.
그는 “옛 것을 재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돌하르방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며 “큰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강요하기보다는 공원을 둘러보며 낮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스스로 느끼고 깨닫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공원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공원은 돌하르방을 만지며 관찰해 그리는 체험학습을 비롯 목판·동판·석판을 이용한 찍어내기, 흙 성형 만들기, 탁본하기 등도 제공한다.
김 원장은 공원에서 1년 내내 문화예술행사가 펼쳐지는 것과 제주의 문화예술을 연구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학교를 건립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사업을 구상 중이다.
공원을 조성하느라 정작 가족에게는 소홀해 늘 미안하다는 그가 그토록 돌하르방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원장은 “애초부터 돌하르방공원을 배려와 존중의 공간이자 휴식이 되는 곳, 평화를 노래하는 곳으로 만들고자 했다”며 “극한 환경 속에서도 삶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던 선조들이 만든 돌하르방에게서 진정한 제주인의 얼굴을 발견했고, 그 얼굴을 널리 알려야하기 때문에 아직은 손을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수백, 수천의 망치질로 그의 손과 발에는 무수히 많은 상처와 굳은살이 박혀있지만 돌하르방을 이야기하는 그의 눈에는 희망이 가득하다. 어느새 그는 돌하르방을 닮아가고 있다.
현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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