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의 행복한 일터 만드는데 앞장 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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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다수고용사업장 원장 한봉금씨
“장애인들의 행복한 일터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도내 최초, 전국에서 9번째인 중증장애인 다수고용사업장인 ‘엘린’은 호텔엘린과 엘린투어, 엘린클린 등 3개 사업장을 거느리고 있다.

지난해 3월 보건복지부로부터 허가를 받은 사회복지법인이자 예비 사회적기업이다.

사업장의 운영과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한봉금 원장은 “엘린은 라틴어로 ‘행복한’이란 뜻을 갖고 있다”며 “현재 30명의 중증장애인들이 일하고 있는데 앞으로 70명을 고용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제주도장애인부모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뇌병변 및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22살의 아들을 둔 어머니이기도 하다.

창암복지재단은 지난해 신제주로터리 인근 수협중앙회 뒤편에 34개의 객실과 세미나실, 실내골프장을 갖춘 호텔엘린을 개관하면서 원장을 공개 모집했다.

그런데 자폐·지적·정신 장애 등 중증장애인을 직원으로 고용한다는 소식에 선뜻 나서는 이가 없었다.

중증장애인을 둔 어머니로서 직원들을 자녀처럼, 친구처럼 도움을 줄 수 있는 한 원장이 전격 발탁된 이유다.

자폐 또는 지적장애인들은 대체로 물수건·화장지 생산 등 단순 노동에 투입되고 있다. 반면 서비스업인 호텔 객실을 청소하고 정리하는 ‘하우스키핑’은 일반인들도 쉽지 않은 직업이다.

객실 정리와 침대 시트 교체, 화장실 청소, 비품 교환 등 일에 순서가 있으며, 청결과 함께 흐트러짐이 없어야 한다.

장애인들은 3개월 동안 기본 교육과 실습을 받고 나서야 현장에 투입되는 데 현재 8명이 호텔에서 일하고 있다. 나머지 22명은 청소 및 위생관리업체인 엘린클린에 소속돼 있다.

“집과 시설에서만 보내던 이들은 사회에 첫 발을 디딘 순간 많이 힘들어 합니다. 시간이 걸려도 역할을 익힐 때까지 기다려야죠. 항상 ‘포기하지 말라’고 얘기합니다. 장애인들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죠.”

그의 따뜻한 배려로 장애인들은 맡은 바 일을 척척 해내면서 매달 통장에 급여가 찍히는 행복과 꿈을 이뤄가고 있다.

‘제대로 일할 수 있을까’라며 걱정했던 호텔맨 출신 객실 책임자도 1년이 흐른 지금은 안심할 정도로 이들의 근무 성과에 만족하고 있다.

호텔 분위기가 아늑하고 편안하며, 다른 곳에 비해 가격도 저렴해 제주에 출장 온 공무원들은 한 번 이용하고는 어느덧 단골 고객이 됐다.

한 원장은 앞으로 ‘엘린투어’로 장애인 전담 여행 및 복지관광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그는 수익성이 거의 없었던 여행사를 접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장애인들의 소원 1순위가 ‘제주도 여행’이고, 주위에서 ‘누군가는 꼭 해야한다’는 당부 때문에 마음을 다시 잡았다.

리프트가 설치된 버스를 보유한 데 이어 도내 호텔과 관광지, 식당 등에 대해 장애인들의 이용 가능 여부와 편의시설 등을 상세히 파악해 여행 정보를 구축해 놓았다. 시작은 화장실에 전동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그는 “장애인들이 제주에 여행을 와서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낍니다. 평생 간직했던 소망을 이뤘기 때문이죠.

문턱이 없는 자유여행으로 그들의 욕구가 최대한 충족될 수 있도록 ‘장애인 여행안내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중증장애인 다수고용사업장’은 정부가 지원하고 관리·감독하면서 수익은 장애인의 직업교육과 훈련, 취업에 활용되고 있다.

한 원장은 “장애인들이 낸 수익은 또 다른 장애인을 고용하는 데 100%로 쓰이고 있다”며 “엘린 사업장을 이용하면 장애인들의 일자리가 더욱 늘어나고 편견과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

(사진) 제주시 연동에 있는 호텔엘린의 객실에서 한봉금 원장(가운데)이 직원으로 채용된 장애인 양혜정씨(왼쪽)와 장선미씨(오른쪽)의 손을 잡고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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