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건설현장을 가다 - 철의 실크로드 부활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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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반세기 만에 민족의 대동맥이 다시 뚫리고 있다.

최근 북핵으로 인한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도 경의선을 연결하는 철도 기반공사가 완료돼 남.북 간 냉전의 상징이었던 녹슨 철조망을 걷어낼 날만 기다리고 있다.

정전 이후 군사분계선에서 남북으로 각각 2㎞씩 설정된 비무장지대는 그동안 남북 양쪽에서 설치한 지뢰로 인해 누구도 범접하지 못하는 무장화 지대였다.

그러나 정전된 지 무려 50년이 지나서야 경의선과 동해선을 연결하는 동서 양쪽 두 지점에서 ‘진짜’ 비무장지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로써 한반도 긴장 완화와 남북 간 교류.협력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특히 민족 분단과 동족상잔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가 1953년 정전 이후 처음 열리게 된 것은 분단체제의 종식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통일의 기운마저 느껴지고 있다.

더 나아가 한반도가 동북아 시대의 물류 등 경제교류 중심지로 재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를 걸게 하고 있다.【편집자주】


지난해 31일 오전 서부 전선 비무장지대(DMZ) 경의선 철도.도로 복구현장.
탁 트인 시야로 개성 송악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공사 현장에는 경의선 철도를 복원하는 막바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취재단은 도라산역 북쪽에 인접한 남방한계선 제2통문을 거쳐 비무장지대로 들어선 뒤 너비 8m, 길이 1.8㎞ 규모로 시원스레 뚫린 임시도로를 따라 서서히 공사 현장으로 접근했다.

지난해 9월 도라산역 북쪽에 있는 남방한계선 제2통문이 지뢰제거작업을 위해 개방된 후 처음으로 공개된 이곳은 한겨울의 찬바람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공사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군사분계선(MDL)을 불과 200여 m 앞에 두고 굴착기 5대가 요란한 기계음을 내며 경의선 철도 배수로 공사를 벌였고 2대의 대형 트럭은 철로에 깔 콘크리트 침목을 하나둘씩 부렸다.

철로변 임시도로는 이미 완공돼 남북 간 MDL 통과 절차가 합의되면 곧바로 차량이 오갈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임시도로는 MDL에서 너비 5m의 대형 철조망으로 가로막혔고 남북 병사들은 소총을 휴대한 채 마주서 경계를 펴고 있었다.

북한 핵문제로 고조된 남북의 긴장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MDL 건너편에는 북한군 20여 명이 덤프트럭과 굴착기 등을 동원해 지뢰제거공사가 끝난 지역에서 노반공사를 벌이며 ‘통일의 길’을 닦고 있었다.

북측 비무장지대에는 아직 철도 궤도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공사 현장 뒤쪽 능선에는 최근 북한군이 잇따라 기관총을 반입, 설치했던 경계초소가 눈에 들어왔다.

코앞에서 진행되는 북측 도로 노반공사 현장에는 낯익은 장비들이 한눈에 들어왔고 취재진이 다가가자 일부 북한군은 신기한 듯 육안이나 망원경으로 남쪽을 지켜봤다.

송석방 도로개설현장 소장은 “덤프트럭과 굴착기 등 장비는 모두 현대가 지원한 것”이라며 “남.북한 경계병들이 없다면 여느 공사 현장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임시도로는 동해선 지역과 마찬가지로 남북 모두 이미 완공돼 개통만 기다리고 있었다. 남북 간 MDL 통과 절차가 합의되면 곧바로 차량이 오갈 수 있고 개성공단 입구까지 불과 3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이 공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MDL로 가는 길목의 옛 장단역 부근에는 반세기 동안 방치된 녹슨 기관차가 분단의 역사를 대변하고 있었다.

경의선 공사 군 관계자는 “녹슨 기관차는 6.25 전쟁 초 남으로 후진하다 북한군의 포격을 받고 이 자리에 멈춰 섰다”며 분단의 상징이 된 기관차의 사연을 설명했다.

현장에서 만난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임시도로는 이미 개설됐는데 통행의 전제조건인 군 당국 간 MDL 통과 절차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DMZ로 들어가기 전 잠시 들른 도라전망대에서는 쾌청한 날씨 덕택에 멀리 북쪽으로 12㎞ 떨어진 개성 시가지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또 부근에 자리잡은 개성공단 부지와 오른쪽의 배후 도시 터도 눈에 띄었다.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오른쪽에는 판문점과 마주한 북측 선전마을 기정동이 우뚝 솟은 붉은 기와 함께 눈에 들어왔다.

왼쪽으로는 1500여 가구가 거주하는 북측 공사병력 숙영지 금암골과 옆 마을 미촌골이 보였다.

분단 50년 만에 경의선 남북 철도와 도로가 만나는 지점인 이곳은 지난해 9월 18일 경의선 철도.도로 기공식 이후 올해 1월 15일 철도 연결을 목표로 남측은 남방한계선에서 1.8㎞를, 북측은 군사분계선에서 개성역까지 15.3㎞에 걸쳐 공사를 진행해 왔다.

또한 철도를 따라 연결될 도로 역시 올해 봄 완공을 위해 ‘마지막 분단의 겨울’을 나고 있었다. 하지만 경의선 본도로의 경우 아직 노반공사가 끝나지 않았고, 철도는 남측 구간의 MDL 끝부분까지 레일과 침목이 깔렸다.

1904년 일제가 경의선을 부설하면서 국토의 남북 간 대동맥으로 자리잡은 경의선은 이곳에서 북으로 연결되면서 개성과 평양, 그리고 신의주까지 499㎞를 내달릴 날을 고대하고 있다.

1945년 9월 11일 마지막 열차가 운행된 뒤 서울~문산 간 46㎞의 지역선으로 운영돼 온 경의선은 올해 58년 만에 다시 중국.몽골 횡단선 및 러시아의 시베리아 횡단선과 만나 모스크바와 유럽을 연결하는 ‘철의 실크로드’로 부활하는 꿈이 현실로 다가오게 된다.

제2통문을 빠져나오는 길에 만난 고라니떼가 분단의 아픔을 뒤로한 채 무심히 뛰놀고 있었다.

한반도에는 제2의 핵 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분단의 상징이었던 이곳 비무장지대에는 역설적으로 평화의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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