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마을당 흥미롭고 독특한 민속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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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당 소재로 다큐 제작 미국인 청년 주제페 로시타노
주제페 로씨타노가 지난 2년 동안 도내 마을을 돌아다니며 취재한 마을당 영상과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다큐멘터리는 오는 9월쯤 발표할 예정이다.
“제주의 무속신앙은 독특하고 흥미롭습니다. 마을마다 신화가 있고 수호신을 섬기는 것은 전 세계에서도 매우 드문 민속 문화죠.”

주제페 로시타노(36·Giuseppe Rositano)는 제주의 당신(堂神·마을 수호신)을 다큐멘터리로 만들고 있는 미국 청년이다. 마을당(본향당)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심방과 신앙인들을 인터뷰한 400시간 가량의 방대한 영상자료를 축적해 놓았다.

이를 압축한 90분 분량의 ‘제주 마을당, 살아있는 이야기(가제)’는 오는 9월 정식 개봉될 예정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2년 동안 발품을 팔며 당굿을 취재한 결과물이다. 동이 트기도 전에 마을당을 찾아가 기도하는 할머니들을 만났고, 마을당의 유래와 전설이 부족하다 싶으면 밭으로 가서 인터뷰를 했다.

애월읍 상귀리 이장은 마을 본향당인 ‘황다리궤당’을 촬영하러 새벽에 찾아 온 그에게 당굿의 전 과정을 공개해줬다.

하늘에서 내려온 뱀신을 모시는 제주시 내도동의 본향당을 취재할 때는 그의 제작팀이 10m 길이의 뱀 조형물을 만들어 가기도 했다.

주민들은 그의 열정에 감복해 마을 수호신인 ‘두리빌레 용해부인 할마님(뱀신)’의 신화를 자세히 얘기해 줬고, 인터뷰를 자청하기도 했다.

그는 사라져가는 마을당을 보면서 안타까울 때가 더 많다. 요즘 젊은이들은 마을당에 관심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아무것도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여서 아쉬움이 남는다.

마을당의 유래를 잘 아는 할머니들은 사투리로 얘기하면서 언어 소통이 힘들고, 영어를 할 줄 아는 젊은이들은 마을당에 대해 거의 몰라서다. 그가 서적으로 제주의 무속신앙을 독파하면서 항상 책을 끼고 다니는 이유다.

표선면의 모 마을 본향당은 내용이 너무 궁금해 주민 100여 명을 만나서 물어봤지만 번번이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와 현장에서 ‘도와주실 분이 없느냐’며 호소하기도 했다.

꼬박꼬박 마을당을 찾아가서 현장을 취재한 그는 무속신앙 전문가가 다 됐다.

“심방이 세상을 뜨면 대를 이을 사람이 없어요. 어떤 마을은 심방이 죽자 마을 이장이 대신 의식을 집전하기도 합니다. 지금은 제주의 무속신앙을 지켜야 할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는 제작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다큐멘터리가 완성되면 국제 영화제에 출품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어로 제작된 제주의 무속신앙 다큐멘터리는 그동안 없었다.

다큐에 소개될 본향당 마을은 삼양·화북·상귀·내도·토산 등이다. 주민들과 나눈 대화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현재 다큐멘터리 영상에다 예술성을 가미하는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그를 포함해 6명의 제작진은 성산읍 삼달리에 있는 ‘아트창고’ 스튜디오에 머물고 있다.

그동안 그와 함께 촬영에 나선 영국 출신의 아티스트 나타샤도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 남동부 테네시주 내쉬빌이 고향인 그는 합기도를 배우러 한국에 간 미국인 친구를 따라 7년 전 제주도에 들어왔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도내 대학 및 학원에서 영어 강사를 했다.

앞서 미들테네시주립대에서 인류학과 스페인어를 전공한 그는 멕시코에서 1년 동안 유학 했고, 스페인과 프랑스 등 세계 각국을 여행했다.

그는 이 작은 섬에 많은 신이 존재하고 제주인의 삶이나 다름없는 무속신앙이 사라져가는 것을 보고 다큐멘터리 제작을 결심하게 됐다.

덧붙여 세계 각국을 여행하면서 인류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주제페’라는 이름에서 보듯 아버지는 이탈리아 태생이죠. 해외 여러 나라를 여행한 아버지는 항상 저게 많은 나라를 찾아가서 외국어를 배우라고 말씀하셨죠.”

그는 내년 여름이 지나면 고향인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남은 1년 동안 다큐멘터리를 완성하고 제주의 마을당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전 세계에 널리 알릴 계획이다.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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