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새 아침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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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계미년(癸未年)의 새 아침이 밝았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인 계미년의 새 아침에 민의에 겸허히 귀를 기울이고 공약을 실천하려는 승자와 국민의 심판을 엄숙히 받아들여 패배를 자인하고 승자를 축하하며 떠난 두 정치인의 자세가 떠오르는 아침 햇살에 아직도 아름다운 여운을 드리우고 있는 것 같다. 우리 국민들은 작년의 소중한 체험을 통하여 한층 성숙한 자세로 새 정부에 기대를 걸며 새해를 맞은 동시에 북한의 핵 문제와 같은 중대한 문제에 직면하여 염려하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았다.

작년에는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 부산 아시안게임,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제주도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월드컵경기장이 생기고 월드컵 4강 진출은 물론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응원한 모습이 세계인들을 놀라게 하였다. 그래서 일본과의 공동 개최에 대하여 저으기 염려하던 점을 깨끗이 씻어내고, 오히려 일본보다도 더욱 세계인들의 주목을 끌었다. 특히 20~30대를 주축으로 해 국민 모두 태극기를 흔들고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한 모습은 정치적 근대화의 초석이 될 국민통합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도 북한이 참가한 가운데 우리 한국은 일본보다 2배 이상 많은 금메달을 획득함으로써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여 스포츠 강국의 면모를 세계에 과시했다. 또한 연말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는 돈 안 쓰는 선거, 관권 개입 없는 선거, 학벌과 학연을 배제하는 선거, 인터넷을 통한 선거 등으로 과거 어느 때에도 이루지 못했던 공명정대한 선거를 하여 민주정치의 발전에 크나큰 초석을 다졌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처음으로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들은 월드컵 4강 진출 못지않게 선거행태 개혁을 통하여 민주정치 발전의 역사를 창조했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이러한 선거경험을 통하여 앞으로 모든 선거에서 연고주의를 배격하고 여하한 유혹이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오로지 정책과 능력과 도덕성을 기준으로 후보자를 선택하기를 바란다. 앞으로 우리 국민들은 모두 선거감시원이 되어 돈 쓰는 자, 향응을 베푸는 자, 관권이 개입되어 있는 자, 흑색선전을 하는 자, 연고주의의 기반을 이용하려는 자를 가려내, 반민주적 정치행태의 탈을 쓴 자로 낙인 찍어 반드시 낙선시키는 풍토를 조성시켜 나감으로써 민주정치 발전의 기반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지역감정을 타파하겠다는 작년의 선거에서도 일부 지역에나마 지역감정이 남게 되었다. 우리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서울.인천이나 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에 지역감정이 있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영.호남을 제외한 충청도나 강원도 및 제주도에 지역감정이 작용했다고 말할 수 없다. 이들 지역에서는 적어도 정책대결이나 선거행태에 의한 경쟁에서 반수를 초과하거나 과반수 가까이 선택하는 정책적 요인이 작용했던 것이다. 지역감정이 남아 있는 외에도 일부 국민들이 재검표를 요구하여 페어플레이 정신이 미숙한 면이 있고 정당의 구조개혁 등 선거 후유증이 노정되고 있다.

제16대 대통령과 앞으로 구성될 새 정부가 해결하여야 할 과제는 중차대한 것이다. 우선 대외적으로는 미.일만이 아니라 중.러와 협력하여 북한의 핵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여야 하는 것이다. 대내적으로는 정치적으로 지역감정 해소와 정당 민주화 등을 이루어야 할 정치개혁의 과제가 있고, 사회적으로 부정부패와 비리를 척결하고 청렴결백한 행정적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여야 할 과제가 있으며, 경제적으로는 공약과 같이 중산층을 70%까지 향상 확대시키고 소득 간 격차 해소를 통한 안정적 경제기반 구축 등 경제사회적 구조개편의 과제와 더불어 지방분권화를 통하여 중앙과 지방 간 및 지방과 지방 간 균형적 발전을 이룩하여야 할 과제와 같은 국가적 과제가 산적한 것이다. 그래서 새 정부는 정치개혁과 정책개혁은 물론 국민들의 생활현장 중심의 행정개혁까지 체계있게 추진하여 나가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국가적 과제들은 21세기 한국이 선진국 대열 진입 여부 이상의 문제로 흥망성쇄를 좌우하는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국민은 대통령이나 새 정부만이 할일이라 하여 오불관언(吾不關焉)하는 방관자적 자세를 취하거나 더군다나 사사건건 트집만 잡는 자세를 취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회에서는 반수가 넘는 거대 야당의 협력이 있어야 하고, 사회에서는 언론이 공정한 보도를 통하여 비판과 협력의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논조를 펴 나가야 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국민이 올바로 보고 판단하여 건전한 비판과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되는 것은 바람직하나 양보와 타협에 의하여 합의 결정되면, 국민통합의 차원에서 합심하고 협동하여, 대통령 선거에서 확립하기 시작한 국민의 주체적 위치와 역량을 국가경영의 단계에서도 발휘함으로써 민주국민으로서 주권을 성숙한 자세로 행사해야 할 것이다.

제주도에서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도 당선자를 56%나 지지하여 제주도가 승리의 표상이 되는 데 어긋남이 없었다. 특히 제주도는 전통적으로 연고주의가 강한 편이지만 관광을 위한 세계인들의 왕래가 많을 뿐만 아니라 세계의 정상급 정치가들의 빈번한 내왕 등으로 타지역보다 정치의 선진화가 앞서가는 지역이 되고 있다. 이런 정치적 선진지역이 되는 데 걸맞지 않은 지사 선거의 후유증과 같은 현상은 되도록 빨리 정리되어야 하고, 다시는 이러한 현상으로 도민사회가 분열되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국민통합의 차원에서 분열을 극복하여야 함은 물론 타지역에 앞서서 정치행정적 개혁을 이루고 지방분권화를 통하여 경제사회의 안정적 발전을 이루는 시범적 선진지역 건설의 차원에서 합심 협동해 나가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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