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침 조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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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유태인 박해로 미국으로 망명한 독일 태생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평화주의자였다. 그 평화주의자가 제2차세계대전 때 미국 대통령 루스벨트에게 편지를 보내 원자탄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은 아이러니다.

미국의 원폭 연구와 맨해튼 계획은 그래서 시작되었고, 이것이 성공을 거두어 미국은 1945년 4월 단 두 발의 원폭을 일본 본토에 투하, 2차대전을 마무리지었다.

이렇게 해서 시작된 핵무기는 2002년에 이르러 북핵(北核)이라는 새로운 위기까지 몰고 왔다. 그동안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받아 오던 북한이 핵 개발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미국에 ‘선(先) 불가침 조약’을 제의했지만 미국은 먼저 핵을 포기하라는 주문만 되풀이하고 있다.

결국 북한도 이제는 초강경 노선을 걸어 핵사찰단 추방, 방사화학실험실 재가동 및 IAEA 탈퇴 경고라는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미국에 대한 ‘불가침 조약’을 거듭 요구하고 있다.

국가간 불가침 조약은 나쁠 게 없다. 특히 핵무기 시대인 21세기에는 바람직한 수단이다. 물론 불가침 조약이 국가간의 약정이라고는 하지만 모두가 철저히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1939년 체결된 독-소(獨-蘇) 불가침 조약은 독일에 의해, 1941년 체결된 일-소(日-蘇) 불가침 조약은 소련에 의해 일방적으로 파기되는 등 그 예가 흔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과 관련, 여러 차례 불가침 조약을 제의하고 있으므로 미국도 한 번쯤 쾌히 응해 볼 만도 하다. 불가침 조약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해서 꼭 조약을 체결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설사 약정을 맺었더라도 그것을 위반하거나 그에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는 일방적 파기도 할 수 있지 않은가. 뿐만 아니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꼭 불가침 조약이 아니더라도 북핵 해결에 이외의 성과를 올릴 수도 있다. 밑져야 본전일 듯하다.

첫째 잘못은 핵개발을 하겠다는 북한에 있지만,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핵포기 전 협상 불가만을 고집하는 미국도 결코 잘하는 처사는 아니다.

미국도 올챙이었던 영국 식민지 시절을 잊지 말고 강대국다운 금도(襟度)를 보여 주어야 한다. 대(對)아프가니스탄전과 이라크전과 같이 북한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강수로만 나올 일이 아니다. 쇠도 강하면 부러진다는 한반도의 속담에 유념해 주었으면 한다. 미국도 망할 수 있다는 암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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