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수용소가 관광 명소로 탈바꿈
강제수용소가 관광 명소로 탈바꿈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기획-'문화예술의 섬' 나오시마를 가다>
日 베네세 그룹, 안도 다다오와 함께 예술의 섬으로 재건
가파도 접목은 사업비.환경 훼손 등 각종 문제점 수두룩
▲ 나오시마항에 있는 레드호박.

제주특별자치도는 ‘청보리의 섬’ 가파도를 일본 나오시마처럼 ‘문화예술의 섬’으로 탈바꿈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굴지의 기업과 손을 잡고 모든 경관의 공유를 기본 조건으로 해 대규모 투자를 통한 개발을 한다는 게 제주도의 복안이다.

 

제주도는 이를 통해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함께 가파도를 문화예술의 섬으로 발돋움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 같은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개발에 대한 주민과 도민 사회의 동의, 사업 부지 확보, 경관 보전 방안 마련 등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가 산적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4박5일간 실시된 제주도의 일본 나오시마 프로젝트 현지 답사 결과를 토대로 유사한 프로젝트가 가파도에 접목될 수 있는지에 대해 짚어본다.

 

▲나오시마 프로젝트

 

일본 가가와현(香川?) 나오시마(直島町)는 인구 3400여 명인 작은 섬으로, 에도시대에는 해운업과 제염업으로 번영했다.

 

그런데 1917년 나오시마에 설치된 제련소가 폐쇄되고, 여기에 해운업마저 쇠퇴의 길을 걷게 되면서 산업 폐기물 투기와 오염 물질로 빚어진 환경 파괴, 한센병환자의 강제수용소로 섬이 소외되는 등 근대화 과정에서 많은 상처와 아픔을 떠안고 만다.

 

이렇게 버려졌던 나오시마에는 1985년부터 일본의 대표적 교육기업인 베네세그룹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이곳을 어린이의 지상낙원으로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에는 세계적인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가 동반자로 참여했다.

 

이후 첫 번째 결과물로 1992년 프랭크 스텔라, 앤디 워흘, 이브 클랭, 쟈코메티, 재스퍼 존스, 리처드 롱 세계적인 현대 작가 작품을 전시하기 위한 미술관 및 호텔이 결합된 베네세 하우스가 문을 열었고, 이를 계기로 버려졌던 섬 나오시마는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어 지중미술관과 이우환미술관 등이 잇달아 개관한 데 이어 폐가와 빈집을 예술공간으로 만든 ‘이에(家) 프로젝트’가 접목되면서 섬 전체가 문화예술의 섬으로 변모했고, 이를 통해 연간 5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일본의 대표적인 명소로 탈바꿈했다.

 

▲산적한 선결 과제들

 

‘나오시마 프로젝트’는 베네세홀딩스 그룹이 1985년부터 현재까지 무려 600억앤(한화 6500여 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사업비를 들여 나오시마섬을 비롯한 인근 7개 섬을 대상으로 미술관 건립 및 역사적 유적의 예술공간화, 폐·공가에 대한 예술공간화 사업 등을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제주도가 이 같은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가파도에 접목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정작 이 사업에 참여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국내 모 기업은 여태껏 명확한 사업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가파도를 대상으로 추진될 대규모 프로젝트를 위한 막대한 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어 조속한 사업 계획 발표 및 이에 따른 재원 조달 방안이 명확히 제시돼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여기에 사업 부지 확보 방안도 이 프로젝트 추진에 선결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가파도의 전체 면적 87만1549㎡으로 나오시마 본섬(814만여㎡)의 10분의 1 규모에 그치고 있는 데다 만약 나오시마 프로젝트와 유사한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청보리밭 및 현지에 산재해 있는 135기에 달하는 고인돌에 대한 훼손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각종 개발사업 추진 시 아무리 친환경적인 공법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환경 훼손이 불가피하다보니 환경단체 등 도민사회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을 통해 청보리밭이 사라질 경우 반농반어(半農半漁)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가파도 주민의 생활보장 방안 마련도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와 국가의 보석인 가파도가 후세에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한 채 전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 추진에 앞서 제모습을 최대한 보전 및 활용할 수 방안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가파도에 접목하는 위해서는 현 세대만이 아닌 미래세대를 위한 대안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아주 어려운 난제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다만 주민과의 공존과 경관의 공유화, 글로벌 수준의 투자와 설계 등을 전제로 다양한 접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uni@jej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