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사교육보다 밥상머리교육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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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사대부집안에서 지켜오던 식사법 중에 식시오관(食時五觀)이란 것이 있다.


식시오관이란 이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가? 나는 이 음식을 먹을 만한 자격이 있는가? 입의 즐거움과 배의 만족에만 치우지지 말라. 한 수저의 밥과 나물도 좋은 약으로 생각하며 감사하라. 네 이웃을 생각하라 등이다.


우리 조상들은 이를 토대로 아이들에게 옛 어른들이 식사할 때마다 생각하는 다섯  가지 마음을 가르쳐주고, 먹을거리를 귀하게 여질 줄 알도록 지도했다.


바로 밥상머리 교육이다.
밥상머리 교육은 말 그대로 가족이 모여 함께 식사하면서 대화를 통해 가족 간 유대감과 자녀의 인성을 키우는 것을 말한다.


최근 들어 이 밥상머리 교육이 자녀의 신체 성장 뿐 아니라 인성과 학업에도 효과적이라는 과학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콜럼비아대 약물오남용예방센터는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는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동급생에 비해 A학점 받는 비율이 2배 이상 높고 청소년 비행에 빠질 확률은 50% 감소한다”고 밝혔다.


요즘 청소년들의 인성이 바로서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정에서 지키고 행해야할 덕목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가족이 함께 식사하면서 어른이 먼저 수저를 들을 때 까지 기다리면서 절제를 배우고, 같이 나눠 먹으면서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자연스럽게 몸에 익히게 되고 그것이 습관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급속한 경제성장과 핵가족화, 그리고 입시위주의 교육풍토 등으로 인성교육의 근간이 되는 밥상머리 교육이 슬그머니 사라져 가고 있다.


아이는 이른 새벽부터 학교로 나가 학원을 거쳐 밤늦게 집에 들어오고, 부모 역시 출근시간에 쫓기며 자녀와 함께 식탁에 앉아 ‘식구끼리 밥 먹기’가 쉽지 않은 요즘이다.


특히 어릴적 부터 식탁에서 식사예절을 가르치기 보다는 내 아이 기죽이지 않기 위해 그저 오냐오냐 키우다 보니 웃어른에 대한 공경심이나 남을 위한 배려심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얼마 전 프로농구 이현호 선수가 아파트 놀이터에서 담배 피는 남녀 중고생 5명을 나무라자 “아저씨가 뭔데...”, “아저씨 돈 많아요?”라며 대들었다.


아이들의 당돌한 반응에 이 씨는 이들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때렸고 한 여학생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의 연락을 받고 온 부모들의 반응이 흥미롭다.


이씨에게 “오히려 내가 고맙다” “더 혼내주라”는 부모가 있는 반면 두 여학생의 부모는 이 씨의 처벌을 원했다.
‘나도 안때리는 우리 애를 감히 때리다니...’라는 마음이었을까.


만약 이 씨가 큰 덩치의 운동선수가 아니었더라면 그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봉변을 당했을 것이다.
세상이 이렇게 바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올해 올바른 인성교육을 위해 그 첫걸음이 되는 밥상머리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아이들은 치열한 입시현장에서, 부모는 직장에서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다보니 가족끼리 오붓하게 앉아 서로를 이해하고 웃으며 속내를 터 놓을 수 있는 밥상머리 대화는 자꾸 줄어들고 있어 자라나는 청소년의 올바른 인성교육에 대한 우려감이 높다.


우리의 아이들이 올바른 인성교육이 되면 요즘 학교 현장의 가장 큰 문제거리인 학교폭력문제도 없을 터.
비싼 돈 들여가면 영어, 수학 과외에 아이들을 밀어넣기 보다는 온 가족이 함께 밥상에 앉아 진솔한 대화와 함께 식사하는 것이 이상적인 가정교육의 첫걸음임을 잊지 말아야 겠다.


철학자 칸트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게 밥을 먹을 때”라고 했다.
퇴근 후 회식자리에서 술잔을 기울이지 말고 일찍 퇴근해 온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여유롭고 따듯한 저녁밥을 먹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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