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농업과 박정희·박근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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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경제 영토를 넓히기 위해 자유무역협정(FTA)에 관심을 쏟고 있다. 반면에 FTA 체결로 농산물 수입이 개방될 경우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농민들의 속은 시꺼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현재 국가 간 협상이 진행 중인 대표적인 것으로 한중FTA와 한중일FTA가 있다. 지난해 시작된 한중FTA 협상은 양국의 새정부가 출범한 후 처음 가진 지난달 5차 협상에서 서로 추진 의지를 확인하기도 했다. 한중일FTA는 지난 3월 1차 협상이 시작, 물꼬를 텄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다음달 말 중국을 방문,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 자리에서 한중FTA를 주요 의제로 의견을 나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섣부른 판단일 수 있지만 한중 정상회담에서 FTA 방향의 큰 줄기가 윤곽을 드러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FTA 협상이 가속도를 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한중FTA가 체결돼 개방될 경우 제주 농업과 지역경제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박근혜 정부가 얼마만큼 인식하고 있느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9일 제주농협에서 가진 ‘한중FTA와 제주농업의 대응방안’ 연구용역 보고회에서 한EU FTA는 축산물, 한미FTA는 육류 및 과일류 위주의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한중FTA는 농업부문의 광범위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지리적 인접성과 농업 생산구조의 유사성, 광대한 국토와 저렴한 인건비, 다양한 기후대로 인해 중국산 농산물 수입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감귤만 하더라도 한중 FTA 체결시 10년간 최대 1조6000억원에 이르는 피해가 예상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이에 따라 제주의 생명산업인 감귤은 물론 무, 양배추, 당근, 마늘, 양파, 배추, 콩, 감자 등 주요 밭작물에 대한 ‘양허 제외’ 품목 최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 방안으로 WTO(세계무역기구)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의 특별품목 선정 방식 적용을 제안, 제주의 주력 농산물 대부분이 식량안보나 생계보장, 농촌개발 등으로 특별품목에 해당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보고회 자리에서도 제주지역 농업인들은 위기감이 고조, 중앙정부의 제주농업 보호 의지와 함께 농업인들과의 소통 필요성을 거론했다.

고문삼 제주특별자치도 농업인단체협의회장은 이날 “정부는 한중FTA 체결 시 제주가 가장 피해가 큰 지역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제주지역은 농업인구 비중이 20%이고,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50%에 달한다. 정부가 이런 부분에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 회장은 이어 “협상 과정에서 감귤과 주요 밭작물 품목에 대한 ‘양허 제외’를 반영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대선을 앞두고 제주에서 가진 유세를 통해 “제주의 농수축산업 경쟁력을 살리는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포괄적으로만 언급했다. 다행히 새누리당 제주도당은 이를 구체화해 감귤의 세계적인 명품 산업 육성 및 한중FTA 양허 제외, 감귤 농가 피해 최소화 보전 대책 마련, 당근·양배추·무·브로콜리·갈치·넙치·조기 등 주요 농수산물 초민감품목 포함 등을 약속했다. 앞으로 한중FTA 협상이 진전되는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가 제주농업에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가 주목되고 있다.

50년 전 아버지였던 박정희 정부가 씨앗을 뿌린 제주농업의 부흥 역사가 새삼 떠오른다. 1961년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은 초도순시 차 제주를 처음으로 방문, 따뜻한 기후에 적합한 감귤 진흥을 통한 소득 수준 향상을 지시했다. 이어 1964년 박정희 대통령은 제주도 연두방문 시 ‘감귤지사’를 주문했고, 1968년부터 감귤 증식 사업을 농어민 소득증대 특별사업으로 지원했다. 그 후 감귤은 대표적인 고소득작물로 자리를 잡으면서 ‘대학나무’로 불리워졌다. 청정 제주를 대표하는 생명산업인 농업의 운명이 한중FTA 협상과정과 박근혜 정부의 농업 육성 방향에 달려있다. <김재범 경제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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